"코로나19 검사 받으러 왔다가 없던 병도 생기겠어요"

26일 오전 포항남구보건소 내 선별진료소에 검사를 받기 위해 시민들이 기다리고 있다.

“사람들이 이렇게 빽빽하게 모여 있는데…검사 받으러 왔다가 없던 병도 생기겠어요”

26일 오전 9시께 포항시 남구 인덕동 포항남구보건소.

‘한 가구에 1명 이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하는 행정명령이 시행된 첫날 보건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수십 명의 주민들이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에 탑승한 상태로 검체가 가능한 드라이브스루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100여대의 차량은 보건소 내 선별진료소에서 인근 제철동 행정복지센터를 지나 주변 도로 400~500m가량의 1개 차선을 메워 극심한 교통난이 발생하기도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은 모여들었고 차량 행렬 또한 점점 길어지기 시작했다.

26일 오전 9시께 포항남구보건소 주변도로에 코로나19 검사를 기다리는 차량들이 줄지어 있다.

보건소 관계자들은 검사 안내와 교통정리를 위해 바삐 움직였지만 2~3명에 불과한 인력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대기 인원이 늘어날수록 공간이 부족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사람 간의 거리는 좁아졌다.

코로나19 검사를 기다리던 시민 A씨는 “지금 상황을 보면 차를 타고 온 분들은 상관 없겠지만 선별진료소까지 걸어와 줄을 선 사람들은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고 있어 불안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2시께 포항시 연일읍 행정복지센터에 설치된 임시 선별진료소에는 수 백명의 주민이 몰려 더욱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곳에서 만난 시민 B씨는 “미리 도착해 약 2시간을 기다린 끝에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며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검사를 시작하기 직전까지 아무런 안내가 없다가 검사 시작 직전에 인적사항 등을 적는 종이를 배부해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일찍 온 보람도 없이 뒷줄로 밀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비도 오고 날도 추운데 몇 시간씩 기다리도록 만드는 게 과연 시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행정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26일 오후 2시께 포항시 남구 연일읍 행정복지센터에 설치된 임시 선별진료소에 시민들이 몰려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

포항시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자 26일부터 오는 31일까지 모든 동 지역과 연일읍·흥해읍 1가구당 1명 이상 검사를 받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다.

검사 대상은 도심 밀집 지역인 15개 동과 연일·흥해읍 지역민이다. 지난달 기준 전체 17만5133가구가 이에 해당되며 전파력이 높은 20·30대가 우선 대상자다.

가구당 1명 이상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실제 검사 인원은 2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충분한 사전정보 제공 없이 갑작스럽게 내려진 행정명령에 혼란을 겪은 많은 시민들은 포항시의 이번 조치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포항시는 지난 25일 오후 10시 30분께서야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시민에게 알렸다. 이마저도 시민들이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을 만큼의 이유와 경위는 생략된 채 ‘1세대 당 1명 검사 관련 진료소 시간 및 장소안내’라고만 명시해 혼란만 가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감염자 색출에 급급해 일방적으로 코로나19 검사 시행을 명령한 포항시 행동을 멈추게 해달라”라는 청원도 올라왔다.

청원인은 “선별진료소 검사 대기 상황을 보면 거리두기 관리가 안 돼 검사받으러 가서 되려 감염돼 올 상황”이라며 “검사 결정을 내릴 때는 시민 안전을 생각하고 불편함을 최소화할 준비를 마치고 시행해야 한다. 일방적 통보의 이번 행정명령을 멈추고 시민에게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에는 26일 오후 4시 30분 현재 3082명이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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