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연일 前 포항대 사회복지과 교수·시인
배연일 前 포항대 사회복지과 교수·시인

주변 사람들이나 언론매체에서 하는 말 가운데 잘못 쓰고 있는 말이 적지 않다. 그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재미(또는 맛이)가 일(1)도 없다’라고 하는 이가 있는데, 이는 결코 자연스러운 용법이 아니며 올바른 표현도 아니다. 재미나 맛을 숫자로 말하는 건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는 ‘재미가 전혀(또는 조금도) 없다’, ‘맛이 몹시(또는 무척) 없다’라고 하는 게 옳다.

둘째, ‘전화 오셨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나 ‘총 10만 원 나오셨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표현이다. 전화는 아무리 윗사람에게서 온 것이라도 ‘온’ 것이고, 계산할 금액 10만 원은 ‘나온’ 것이지 ‘나오신’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엉뚱한데 높임말을 쓰는 이를 볼 때마다 실소(失笑)를 금할 수 없다.

셋째, 일반인은 물론 언론매체마저 아직도 ‘다운증후군(또는 뇌성마비나 지적장애)을 앓고 있다’라고 하는데, 이는 분명히 잘못된 표현이다. 장애(障碍)는 ‘앓고 있는’게 아니라 ‘가진 것’이다. 따라서 ‘다운증후군(또는 뇌성마비나 지적장애)을 갖고 있다’고 해야 한다. 장애에 대한 잘못된 표현은 장애인과 그의 가족들에게 불쾌감을 주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넷째, 수많은 사람이 여전히 차로(車路)를 차선(車線)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를테면 ‘2차선은 공사 중이다’, ‘1차선으로만 달린다’ 등은 맞지 않은 표현이다. 왜냐하면, 차선은 1차로· 2차로 등을 구별하기 위해 그어놓은 선일 뿐, 차는 차선이 아닌 차로로 가기 때문이다.

다섯째, 자신의 성과 이름을 상대방에게 말할 때는 ‘홍길동입니다’ 하면 되는데, 적지 않은 이들이 ‘홍길동이라고 합니다’로 말하고 있다. 이런 말은 결코 자연스러운 표현이 아닐뿐더러 거만한 인상을 주므로 겸손한 현대말 표현인 ‘홍길동입니다’가 좋다.

여섯째, ‘~ㄹ게요’이다. 이 말은 자기 자신에게 쓰는 말이지 절대 남에게 쓰는 말이 아니다. 그런데도 ‘들어가실(또는 들어오실)게요’, ‘앉으실게요’, ‘~하실게요’라는 말을 너무나도 자주 듣게 된다. 이때는 ‘들어가세요(들어가십시오)’, ‘앉으세요(앉으십시오)’, ‘~하세요(하십시오)‘라고 말하는 게 옳다.

일곱째, ‘너무’는 ‘일정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라는 뜻을 나타내는 말로, 원래는 부정적일 때 쓰는 말이었다. 그러나 국립국어원은 많은 사람이 이 말을 긍정과 부정의 의미로 다 사용하고 있다는 현실을 고려해 긍정·부정 가릴 것 없이 써도 좋다고 허용했다. 문제는 거의 모든 사람이 ‘너무’라는 말밖에는 쓸 줄 모른다는 데 있다. ‘너무’ 대신 ‘정말’, ‘매우’, ‘무척’, ‘아주’, ‘대단히’ 등 다양한 낱말을 사용할 수 있는데도 ‘너무’ 외에 다른 낱말은 아예 사용할 줄 모른다. 이렇듯 어휘 사용이 단조로워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끝으로 언어예절에 관한 것이다. 이를테면 교사나 교수, 목사, 의원이 다른 사람에게 자기네를 지칭할 때는 ‘선생님’, ‘교수님’, ‘목사님’, ‘의원님’이라고 하면 안 된다. 자기 자신들에게 높임의 의미를 더하는 접미사 ‘-님’을 붙여 표현하는 것은 올바른 언어예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냥 교사, 교수, 목사, 의원이라고 하는 게 맞는다는 얘기다.

어쨌든 우리의 언어생활에서 혹 내가 잘못 쓰고 있는 말은 없는지 항상 생각하고 말하는 자세가 필요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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