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우 사)국가디자인연구소장
허성우 사)국가디자인연구소장

4월 7일은 서울, 부산시장을 뽑는 재·보궐 선거날이다. 이번 재·보궐선거 원인 제공은 더불어 민주당이 했지만 그렇다고 민주당이 쉽게 야당에게 두 곳을 넘겨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죽했으면 더불어민주당은 당헌 96조 2항에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 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 했지만 이상한 논리로 바꾸어 버리고 침 한번 꿀꺽 삼키고 당당하게 후보를 냈다. 당헌·당규 상 전(全) 당원 투표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전체 당원 3분의 1(33.3%) 이상이 참여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이번 투표의 최종 투표율은 26.35%에 불과했다.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 주말 실시한 전(全) 당원 투표는 당헌·당규와 별개의 조항”이라며 “유효 투표 조항 적용 대상이 아니다”고 발뺌까지 했다.

그것도 모자라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여당의 재·보궐 선거 관련 당헌 당규 수정에 대해 “민주당의 당원들이 당헌을 개정하고 후보를 내기로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민주당의 선택, 당원들의 선택에 대해 존중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라고 책임을 당원들에게 돌리면서 여당에 힘을 실어 주었다. 이게 민주당과 대통령이 재·보궐 선거에 후보를 내겠다는 진실이다. 결국 최종 판단은 유권자의 몫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번 선거의 중요성을 따지자면 서울은 25개의 구청장 중에 국민의힘 소속 구청장이 딱 한 곳 서초구청장 밖에 없고, 부산 역시 구청장 16곳 중 수영구, 서구 두 곳뿐이다. 그만큼 서울과 부산시장이 갖는 정치적 함의는 여야 모두 상상 그 이상이다.

이 정도면 이번 재·보궐 선거는 최소한 「정권 심판론」이나 「정권 안정론」으로 갈 수밖에 없다. 여당은 이번 재·보궐선거가 밑져봐야 본전 싸움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부산 모두 지면 당장 문재인 정권의 레임덕이 불 보듯 뻔하고 곧바로 차기 대선에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야당이 모두 패하면 「국민의힘 발」 정계 개편으로 이어 지면서, 국민의힘은 제3지대로 흡수되거나 해체 수준 그 이상으로 될 것이며,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문제는 국민들에는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고,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이 선거에 절대적 영향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두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는 「야권 통합(국민의힘·안철수)」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불거졌다. 혹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이 야권 통합과 관련은 없을까? 사면은 헌법 제79조에 따라 그건 오로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그런데 여당의 대표가 건의하고 대통령이 받아드리는 형식으로 사면을 한다? 먼가 꺼림칙하고 석연치 않다.(여당과 청와대가 사전 조율 가능성?)

혹 대통령과 민주당이 선거를 앞두고 「국민 통합」을 가장해 사면을 하려다 집토끼마져 잃겠다고 판단한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물론 문 대통령은 두 전직 대통령 사면과 관련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분명하게 선을 긋기는 했지만 여당 대표가 사면의 당위성을 통합에 방점에 두었기에 선후(先後)가 맞지 않다.

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이 「국민통합」에 크게 도움이 안 된다고 보는 것일까? 아니면 2022년 3월 5일 대통령선거 전에는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은 없다고 보아도 좋을까? 그동안 문 대통령은 필요할 때마다 야당과 협치를 강조해 왔다. 그렇지만 한 번도 야당과 제대로 된 협치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준 적이 없다. 야당과 협치를 외면해 온 문 대통령이 과연 「국민 통합」을 위한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얼마나 진정성이 녹아 있을지 알 수 없다.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이 「국민 통합」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야권 분열」을 위한 결정이라면 단연코 ‘NO‘다. 사면의 법적인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지만 「국민 통합」체감 온도는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될 수가 없다.

공교롭게도 제46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연설에서 “미국을 다시 하나로(Bring America Together)” 선언하면서 통합(Unity)을 강조한 말이 떠오른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