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과 나는 현재 정서적으로 정상적인 상태가 아닌데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 약속을 저 버렸다”고 비판하며 탈당한 백종훈 대구 수성구의회 의원의 정치적 멘토인 김부겸 전 국회의원은 극도로 말을 아꼈다.
백 구의원이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 약속한 문 대통령이 오히려 국민에게 더 큰 실망감을 안겼고, 민주당은 연이은 성범죄와 우리 편 감싸기 등으로 아집과 독선에 사로잡혔다”고 비판한 데에 대해 김 전 의원의 입장을 묻자 “지금 나한테 묻는 것은 너무 가혹한 거 아니냐”고 했다.
백 구의원은 탈당 2주가 지난 27일 “김부겸 전 의원은 물론 아내와도 상의 않고 깊은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지만, 민주당이 급격하게는 바뀌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아픈 선택이 모이고 모이면 대통령과 민주당이 국민의 사랑을 더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박우식 부산 기장군의회 의장도 25일 백 구의원과 같은 이유로 민주당을 탈당했다.
백종훈의 쓴소리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여전히 ‘내로남불’이다. 민주당은 26일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충격을 넘어 경악’이라는 논평을 냈다. 자당의 권인숙 국회의원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인 민주당 논평에 대해 오히려 “부끄럽고 참담하다”고 했다. 백종훈의 쓴소리가 아예 안 먹힌다.
적어도 백종훈을 정치에 입문시킨 김 전 의원이라도 민주당과 대통령에게 이런 목소리를 전해야 하는 것 아닌가. 민주당의 정서적 아노미 상태를 하루빨리 정상으로 돌리려면 스스로 냉철하게 돌아봐야 한다. 민주당 대구시당도 백종훈의 쓴소리를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민주당이 하루빨리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되찾는 길이다.
- 기자명 배준수 대구본부 취재부장
- 승인 2021.01.27 17:00
- 지면게재일 2021년 01월 28일 목요일
- 지면 18면
-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