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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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으면 우리는 자문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이 어둠 속에서 빛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는 상실감을 안은 채/ 파도를 헤쳐나가야 한다.//…(중약)/그날이 오면 우리는 어둠에서 벗어나/ 불씨로 활활 타오를 것이다/ 새로운 새벽은 우리가 그것을 자유롭게 할 때 피어난다// 빛은 언제나 그곳에 있다/ 우리가 그 빛을 바라볼 용기만 있다면/ 우리가 그 빛이 될 용기만 있다면”

어맨다 고먼(Gorman)이 연단에 올라 “노예의 후손이자 홀어머니(미혼모) 손에서 자란 깡마른 흑인 소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리고는 밤새워 쓴 시 ‘우리가 오르는 언덕(The Hill We Climb)’을 격정적이고 리드미컬한 어조로 낭독하기 시작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영부인 질 바이든의 요청을 받은 고먼은 탈고의 진통을 겪다가 지난 6일 미국 의회 폭동을 지켜본 뒤 밤새워 시를 지었다고 한다. 갈등과 분열을 넘어 포용과 화합을 노래한 3937자의 시를 5분 43초간 낭송하는 동안 취임식장은 숙연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시를 낭독한 스물두 살 고먼은 일약 스타가 됐다. 고먼은 1961년 존 F 케네디 취임식 때 처음 축시가 낭독된 이래 가장 어린 낭독자다. 축시를 낭송한 이후 SNS에서 고먼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다.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는 트위터에 “이렇게 자랑스러운 젊은 여성을 본적이 없다”고 썼다. 지난 25일 고먼은 케이트 모스, 지젤 번천, 미란다 커 등 톱 모델들이 소속돼 있는 세계적인 모델 에이전시 ‘IMG 모델스’와 계약했다.

그녀에 대한 상업적 주목 보다 “우리의 따뜻한 마음을 합하면/ 그리고 그 힘과 공정함을 합치면/ 사랑이 우리의 유산이 된다”는 시의 메시지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 사회도 미국처럼 분열과 갈등 양상이 심각하다. ‘희망과 화합의 언덕을 함께 오르자’는 고먼의 간절한 절규가 감동을 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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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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