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도화상 발자취와 신라불교 싹 틔웠던 역사 고스란히

구미시 도개면 도개리 마을 전경 .

구미시 도개면 도개리는 옛날 소를 방목하면 3개 군과 면의 풀을 모두 뜯어 먹는다고도 할 만큼 구미의 끝 마을로 의성군 구천면과 군위군 소보면이 경계를 이루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청화산과 냉산이 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대부분이 산악지형으로 마을은 남쪽에 흐르는 하천을 따라 형성돼 있으며 자연마을로는 송천, 갱분, 갈티, 아름마, 웃마 등이 있다.

도개리에는 신라시대에 모례장자(毛禮長者)가 살던 곳으로 고구려 승려 아도화상이 이곳 모례장자 집에서 불교를 포교하면서 불도가 열렸다 하여, 마을 이름을 도개(道開)라 하였다.

송천은 마을 앞에서 두 내(川)가 합쳐지는 곳이며, 폐교된 송도초등학교, 모례장자의 집터, 모례정(毛禮井) 등이 있다.

갱분은 남쪽에 위치하며 광복 전에는 두 집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많은 가구가 들어선 마을이다.

갈티는 좌우로 산이 둘러싸고 있는 곳으로, 산에 칡이 많이 있다고 해서 갈현이라고 부르던 것이 갈티로 바뀌었다.

아름마는 하리(下里)라고도 하며, 웃마는 상리(上里)라고도 한다.

문화재로는 경북문화재자료 제296호인 전모례가정(傳毛禮家井)이 도개리 중앙에 있다.
 

길이 3m의 직사각형의 돌을 큰 단지 모양으로 쌓아 만던 전모례가정.

△전모례가정(경북문화재자료 제296호).

신라 최초의 불교신도인 모례(毛禮)의 집 안에 있던 우물이라 전해진다.

모례는 모록(毛祿)이라고도 하며, 고구려의 승려 묵호자가 불교를 전파하기 위해 신라로 왔을 때, 집 안에 굴을 파서 3년 동안 묵호자를 숨겨주었다 한다. 또한 신라에 처음으로 불교를 전한 아도화상이 수행인 3명을 데리고 신라로 왔을 때에도, 자신의 집에 머물게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 온다.(삼국유사에서는 묵호자와 아도화상이 동일인물이라 전한다)

모례가정은 길이 3m의 직사각형의 돌을 큰 단지 모양으로 쌓아 만들었으며, 밑바닥은 두꺼운 나무로 판자를 깔았다. 우물이 만들어진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다.

주륵사 폐탑.

모례가 유적지 주변 일대에는 주륵사지(朱勒寺址), 죽림사지(竹林寺址), 보천사지(寶泉寺址) 등의 대가람지가 있고, 낙산동 삼층석탑, 원동 삼층석탑, 교동 삼층석탑, 죽장사 오층석탑 등의 석탑이 건립돼 있다.

이처럼 한 지역에 불교 유적이 조밀하게 분포되는 경우는 희귀하다.

이들 유적의 연대는 대략 8세기에서 9세기에 걸쳐있으며 이 시기는 아도를 성인으로 추모하기 시작한 신라 중대에서 하대에 이르는 시기와 일치한다.

이러한 유적지들로 추정해보면 모례가를 중심으로 한 일선 지역이 불교 성지로 인식되면서 사원과 석탑이 세워졌다고 할 수 있다.
 

도리사

△도리사.

아도가 도리사를 창건했다는 사실은 ‘모례의 집에서 생활한 지 3년이 된 아도는 홀연히 집을 떠나 부근의 냉산으로 들어가 산속을 걷다가 눈 속에 복숭아꽃과 오얏꽃이 활짝 핀 곳을 발견하고는 그곳이 길지임을 깨닫고 절을 세웠는데 그 절이 도리사이다”라고 전해지는 설화를 통해 알 수 있다.

현재의 도리사는 아도가 창건했다는 바로 그 도리사는 아니며 본래의 도리사는 폐사됐고, 후대에 도리사의 부속 암자였던 금당암을 중심으로 하여 중창한 절이 현재의 도리사이다.

도리사 전경

현재 냉산의 남쪽 즉 현 도리사로 올라가기 전 계류변에 장대한 석축지가 있는데, 이곳을 마을에서는 옛 도리사지라 한다.

이러한 추정은 ‘금당암은 도리사 북쪽에 있다(金堂庵在桃李寺北)’라는 ‘신증동국여지승람’ 불우조 기록과 일치한다. 그리고 이 사지는 대웅전, 누각 등의 건물을 조영할 수 있을 만큼 넓은 대지에 위치하고 있고, 와편도 흩어져 있다.

도리사 일대에는 주목할 만한 유물이 전해지고 있다.

아도화상 안내문.

도리사 석탑, 도리사 금동육각사리함 진신사리, 아도화상 사적비, 도리사 불량답시주질비, 도리사 극락전, 도리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 아도화상 좌선대 등이 있다.

도리사 금동육각사리함 진신사리에 대해서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다. ‘도리사 사적기’에 의하면, 마을 주민 김계장(金界丈)이란 사람이 냉산 기슭에 있는 석적사지(石積寺址)의 불사리탑에서 불사리 1과를 얻었는데, 그 크기가 이의(苡薏)만 하고 색깔이 백옥 같아 당시 도리사의 체안대사(體眼大師)가 석옹탑(石甕塔)을 건조해 불사리를 봉안했다.

이 석옹탑이 현재 상부의 연봉형 보주(寶珠)에 ‘세존사리탑’이라는 음각명이 있는 석종형 부도로, 17세기 전반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도리사 금동육각사리함

그런데 이 탑의 사리공에서 출현한 금동육각사리함은 석적사지에서 수습된 것이므로, 도리사 세존사리탑의 조성 연대와는 다르다.

금동육각사리함은 우리나라 초유의 육각사리함이라는 점, 그리고 각부의 문양으로 미루어 8세기 중엽에서 뒤지지 않는 시기의 것으로 보인다.
 

신라불교초전지.

△신라불교 초전지.

구미시는 불교를 처음 신라에 전파한 마을에 ‘신라불교 초전지’를 조성해 2017년 10월 문을 열었다.

아도화상이 기거하며 불교를 퍼뜨린 도개면 모례마을로 국·지방비 200억원을 들여 착공 3년 7개월 만에 부지 3만7000㎡에 초전지를 지었다.

아도화상 발자취와 신라불교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신라불교초전기념관, 신라시대 의식주 생활상을 재현·체험하는 전시가옥, 숙박체험을 할 수 있는 전통한옥가옥체험관, 사찰음식체험관, 교육관, 생활관 등을 조성했다.

한옥과 초가가 어우러진 주요시설 건축 연면적은 2537㎡다.
 

신라불교초전지 ‘모례마을’.

△신라불교초전지 정보화 마을.

도개리, 다곡리, 신림리를 포함하는 정보화마을로 국도 25호선과 국도 68호선, 지방도 205호선을 이용해 접근 가능하며 서쪽 낙동강에 일선교가 건설된 이후 선산읍과의 소통이 편해졌다.

정보화마을 사업을 통해 해발고도 700m에서 큰 일교차를 이용한 청화산 한약 사과, 곶감, 방울토마토, 호박 등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농촌휴양체험마을 사업자로 선정돼 전통가옥 숙박체험시설을 운영해왔으나 숙박 외 콘텐츠가 부족, 관광객들의 시선을 끌지 못했다.

이에 마을운영위원회는 예산을 확보해 숙박시설 주변 유휴공간을 활용해 지하수가 흐르는 물레방아, 연못, 실개천 등 조경 시설을 조성해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캠핑 데크 2개와 부대시설을 설치해 숙박 이용객들에게 캠핑 공간을 제공하고 튜브 수영장과 트램폴린, 그네 등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시설도 갖췄다.

옥수수따기 체험.

새롭게 단장한 시설들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성수기에는 상시 운영, 비수기에는 주말 위주로 운영하며 숙박 시설을 이용하면 추가 요금 없이 즐길 수 있다. 숙박 체험 외에도 매년 옥수수 따기, 감자 캐기, 꽃 송편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지역 특산물과 먹거리 판매를 통해 마을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2019년 전국 정보화마을 운영 평가’에서 전국 유일의 명품마을로 선정됐다.

행정안전부가 매년 전국 300여개 정보화마을을 대상으로 판매실적, 홍보활동, 주민교육 실적, 마을주민 참여도 등 운영 전반에 대해 운영평가를 실시해 3년 연속으로 10위 이내의 평가를 받은 마을을 명품마을로 선정하는데 매년 1~2개 정도의 마을만 선정되는 만큼 그 의미는 더욱 크다.

신라불교초전지마을은 2005년 조성된 이후 다양한 상품개발, 판매실적 향상, 주민 정보화교육을 통한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그 결과, 2019년 기준 매출액 약 2억 원을 달성했고 숙박동 리모델링을 통해 새 단장을 완료하면서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하철민 기자
하철민 기자 hachm@kyongbuk.com

부국장, 구미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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