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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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으로 더 가면
한때 직박구리가 집을 지었던 느티나무가 있다
그 나무는 칠 년째 죽어있는데
칠 년째 그늘을 만든다
사람들은 나무를 베어내지 않는다
나무는 거리와 닮았으니까

지구가 돈다는 사실을
보통은 별이 떠야 알 수 있지만
강 하구에 찍힌
어제 북쪽으로 떠난 철새의 발자국이
그걸 알려줄 때도 있다
마을도 돌고 있는 것이다

차에 시동을 끄고 자판기 앞에 서면
살고 싶어진다
뷰포인트가 같은 게 없어서
나는 이 거리에서 흐뭇해지고
또 누군가를 기다린다

단팥빵을 잘 만드는 빵집과
소보로를 잘 만드는 빵집은 싸우지 않는다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오는 동안
커다란 진자의 반경 안에 있는 듯한
안도감을 주는 거리.

이 거리에서 이런저런 생들은
지구의 가장자리로 이미 충분하다


<감상> 중심에 서 있는 사람들은 마을이 돌고 있다는 걸 모른다. 느티나무가 거리와 닮았다는 것도 모른다. 가장자리에 서 있는 사람은 사소한 철새 발자국이 중심에 있다는 걸 안다. 내 삶이 자전하고 있다는 것도 안다. 아래를 내려다보는 높은 관망지점이 없어 변두리의 거리는 편하다. 나뭇가지처럼 펼쳐진 거리에선 서로의 이익을 위해서 싸우지 않는다. 그래서 안도감을 주고 누군가를 기다리기에 충분하다. 네가 서 있는 그 자리가 바로 별이자 중심이기 때문이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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