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충운 환동해연구원 원장
문충운 환동해연구원 원장

말에는 말하는 사람의 품격이 담겨 있다. 특히 대중을 상대하는 정치인들의 말에는 품격이 있어야 하는데 언제부터인가 그 말들이 품격의 상실을 넘어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인격과 자질에서 비롯되는지 알 수 없으나 한마디로 천박해지고 있다.

말에 품격이 없으면 국민이나 상대를 설득시킬 수 없을뿐더러 오히려 감정만 상하게 할 것이다. 말에 품격을 담으려면 듣는 이에 대한 존중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검찰개혁, 인사청문회, 탈원전 등과 관련해 일부 정치권이 천박한 언사들을 서슴없이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정치 언행들이 난무하다 보니 빈부의 양극화만큼이나 정치도 양극화로 치달아 심각한 마비증세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국민은 안중에 없는 내로남불·적반하장·곡학아세·후안무치의 정치가 갈수록 잦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은 코로나도 버거운 마당에 정치 스트레스까지 떠안고 살아야 한다.

국민은 정치와 결별하고 싶지만 그래도 세상을 바꾸는 힘은 정치에 있기에 그럴 수도 없는 형편이다. 더구나 전체주의 권력은 대개 국민의 정치적 무관심을 조장하고, 자칫 권력을 휘두르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십상이다. 그래서 국민은 내남없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이렇게 볼썽사나운 중앙정치에 권한이 집중되어 있다는 것은 국가와 지역과 개인에게 무척 불행한 일이다. 이러한 ‘불행정치’의 종언을 위해서는 중앙의 권한을 확 줄이고 지방의 권한을 확 늘려야 한다. 올해는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벌써 한 세대가 지났지만 권한의 중앙 집중은 과도하리만큼 여전하다.

문재인 정권은 당초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분권을 약속했다. 획기적인 자치분권 추진과 주민참여의 실질화, 그리고 지방재정 자립을 위한 강력한 재정분권을 주요 국정과제로 삼았다. 하지만 지방은 여전히 중앙의 예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지방분권의 민낯이다. 과유불급이라고 하듯이 권한의 중앙집중은 수도권의 비대화에 반해 비수도권의 지역소멸 위기를 초래했다.

따라서 지방분권은 지역균형발전을 촉진시켜 아사 직전의 비수도권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지방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라고 한다. 지방의 경쟁력은 지역주민의 다양성과 창의성에서 나오고, 이것이 명실공히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이 바로 지방분권이다.

경북과 대구는 한때 대한민국의 중심이었다. 지금은 활력을 잃어가는 대표적인 지역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는 중앙정치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 과제에 대단히 소홀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재정분권을 7대3을 넘어 6대4로 강화해야 한다. 돈이 있으면 지역주민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극대화시켜 지역의 경쟁력을 한껏 끌어올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내 삶을 바꾸는 지방선거가 대선과 총선보다 훨씬 중요해진다. 주민들은 유능한 일꾼을 뽑는 데 혈안이 될 것이며, 그 결과 지역의 경쟁력 강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성과를 얻게 되어 더 나은 삶을 보장받게 될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역대 정부는 말로만 지방분권을 외쳤지 행동은 늘 제자리를 맴돌았다. 오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끝나면, 곧바로 대선과 지방선거 정국으로 접어들 것이다. 지방자치 30년인 올해가 지방분권을 우뚝 세울 최적기가 아닌가 싶다. 이번만큼은 대선과 지선의 최대 이슈가 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지방분권운동을 재점화시켜, 이를 반드시 관철하는데 중지를 모으자.

지방분권은 내 삶을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요 역사적 책무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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