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같은 닭 땅에 묻고 가슴 미어져"

불에 타고 있는 AI 피해농가의 계란들.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입니다.”
포항시 북구 청하면에 위치한 AI 발생 농가 주인은 관계자를 통해 이같이 심정을 전했다.

1일 포항 AI 발생농가 앞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수시로 지게차 가득 계란 상자들이 실려 나와 입구 오른편에서 바로 불에 태워졌다.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는 달걀 상자들로 인해 불길은 지상 1m 이상 솟구쳤다.

헌재 해당 농장은 방문 인원에 대해 철저한 통제를 실시 중이다.

포항시 북구 청하면에서 발생한 AI로 인해 방역당국이 긴급방역과 농가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황영우 기자

담당관계자는 “지금 농가 주인분이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태여서 자세한 말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에게조차 대화를 잘 건네지 못하고 있다”고 내부분위기를 전했다.

포항 AI는 지난달 30일 해당 농가가 시 관계부서에 직접 신고하면서 인지됐다.

당시 주인은 평소에 1동별 15마리씩 닭이 폐사했는데 신고 당일 1동당 70마리까지 폐사했다고 알렸다.

이에 시 당국과 동물위생시험소 동부지소가 공동 검사한 후, H5N8형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가 원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신고 당일부터 해당 농가 닭 24만 마리, 200m 거리에 인접한 농가 닭 4만5000마리는 물론이고 계란도 전량 살처분에 들어갔다.

시는 1일 살처분 과정이 모두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포항 AI 피해농가를 출입한 차량에 대해 소독작업이 실시되고 있는 모습.

닭들은 랜더링 기법과 매몰 기법 두 가지로 처리됐다. 랜더링은 폐사 개체를 통에 담아 찐 후 퇴비화를 거치는 방법이고 매몰은 통에 담아 땅에 묻는다.

방역당국은 혹시라도 모를 AI 확산을 막고자 입구에 하얀 생석회 살포와 출입차량에 대한 수시 소독을 병행하고 있다.

3일째 방역작업이 이어지면서 현장공무원들도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한 공무원은 “불에 타고 있는 계란들을 보니 착잡한 심정”이라며 “피해농가에 조속한 지원이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편, 포항시는 운영 중인 거점소독시설 2곳과 통제처소 2곳에서 점차 농가별로 통제시설을 늘릴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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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우 기자
황영우 기자 hyw@kyongbuk.com

포항 북구지역, 노동, 세관, 해수청, 사회단체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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