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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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국가고문 아웅산 수치(75). 그의 별명만 봐도 그녀의 삶이 얼마나 굴곡진가를 알 수 있다. 그는 ‘민주화의 꽃’, ‘여성 만델라’, ‘강철 나비’라는 긍정적인 별명과 함께 ‘두 얼굴의 지도자’, ‘아시아의 수치(羞恥)’라는 부정적 별명의 소유자다.

1일 수치 고문과 미얀마 정부 고위 인사들이 군사 쿠데타 세력에 의해 감금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의 75년 인생역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1945년 미얀마 독립영웅인 아웅산 장군의 딸로 태어난 그는 두 살 때 아버지가 암살된 뒤 인도와 영국에서 성장했다. 옥스퍼드대에서 철학, 정치학, 경제학을 공부하고 뉴욕 유엔(UN) 본부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수치 고문은 1988년 어머니가 위독해 미얀마로 귀국했다가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과 승려들이 군정의 총칼에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었다. 군정은 1989년 수치를 가택 연금(軟禁), 15년 간의 창살 없는 감옥 생활을 했다. 1990년에는 총선에서 그가 이끈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을 거뒀지만, 군정은 정권 이양을 거부했다.

그는 1991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수치 고문은 1995년 가택연금이 해제됐으나 이후 구금과 석방을 반복하며 민주화 운동을 벌였다. 지난 2010년 말 20년 만에 총선이 실시 되면서 전격 석방됐다. 수치 고문은 2012년 3월 치러진 미얀마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수십 년 간의 재야 생활을 마무리하고 제도권 정치에 처음 진출했다.

그는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에 대한 차별과 박해 그리고 미얀마군에 의한 ‘인종청소’를 묵인 또는 방조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부정적 별명이 붙고 노벨상을 박탈해야 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수치 고문은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NLD당이 전체 선출 의석의 83.2%를 석권하며 재집권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는 또 다시 군부 세력에 의해 구금되는 파란의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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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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