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2020 국방백서' 발간

2일 국방부가 발간한 2020 국방백서에는 일본이 “양국 관계뿐만 아니라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도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이웃 국가”(사진 위 붉은 줄)라고 표현됐다. 이전 백서에서 “한일 양국은 지리적, 문화적으로 가까운 이웃이자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동반자”(사진 아래)라고 기술한 것과 비교하면 격하된 것이다.연합

우리나라 국방정책을 대내외에 알리는 정부 공식 문건인 국방백서에 일본에 대한 표현이 ‘동반자’에서 ‘이웃 국가’로 격하됐다.

또, 문재인 정부 들어 삭제된 ‘주적’(主適) 이란 표현은 이번에도 제외되고 포괄적 개념으로서의 ‘적’ 용어를 사용한 것으로 2일 나타났다.

2일 국방부가 발간한 ‘2020 국방백서’에서는 2018년 ‘동반자’라고 지칭했던 일본을 주변국과의 국방교류협력 관련 기술에서 “양국 관계뿐만 아니라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도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이웃 국가’라고 표현하며 사실상 격하했다.

백서는 일본 정치지도자들의 독도 도발, 2018년 일본 초계기의 한국 함정에 대한 근접 위협비행과 이에 대한 ‘사실을 호도하는 일방적 언론 발표’로 한일 양국 국방관계가 난항을 겪었고,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미래지향적 발전에 장애 요소’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2019년 수출규제 이후 (한일 간) 여러 가지 불편한 관계가 있어 국방부 차원에서는 ‘이웃국가’로 정의하는 게 가장 타당하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백서에는 대(對)중 협력과 관련해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2016년 상황은 삭제된 대신 문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7년 한중정상회담을 시작으로 한 양국 관계 ‘정상화’ 노력이 기술됐다.

국방부는 또, ‘2018 국방백서’와 동일하게 ‘북한=적’이라는 표현은 삭제하고 “우리 군은 대한민국의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남과 북은 군사적 대치와 화해·협력의 관계를 반복해왔으나, 2018년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정책을 위한 새로운 안보환경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번 백서에서 지난해 9월 북한이 서해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사살·소각한 사건과 관련, “북한은 서해에서 북측 해역으로 넘어간 우리 국민을 총격으로 사망하게 했고,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북한의 만행을 규탄하고 책임자 처벌과 공동 조사를 요구하는 등 단호히 대응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통지문을 통해 유감을 표명하고 사과의 뜻을 전했으며, 또한 당 설립 75주년 열병식 연설에서는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고 기술했다.

이번 백서는 집권 5년 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가 올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추동하기 위한 마지막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북한에 대한 불필요한 자극을 최소화하기 위한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북한이 2019년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하고 8차 당대회 등을 계기로 신형 전술·전략무기를 잇달아 공개하는 상황에서 지나친 ‘눈치 보기’라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이) 도발한다면 우리가 적으로 간주하고 대응한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