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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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전수전 다 지나온 말 한 마리
산전수전 다 지나온 노부부 싣고
하필이면 해맞이공원에서 꽃무덤 끈다

잘린 시야 측면은
가리개 너머 신(神)들은 무고한가

추진(推進)을 촉구(促求)하는 고삐
재갈을 자극하며 키스하는 모퉁이
절벽 아래 수심은 터무니없는데

채찍이 긋는 이 오후는
이승인가, 저승인가


<감상> 시인은 산전수전 다 겪은 말과 노부부를 정서적으로 융합하고 있다. 하필이면 확 트인 공간에서 말이 꽃마차를 끄는 장면을 포착했을까. 모든 사람은 꽃마차가 아닌 꽃무덤이라는 수레바퀴 속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부부의 시야나, 이를 보는 뭇사람들의 시야는 가리개로 막혀 있다. 오직 신들만이 죽음을 예고하고 노부부와 말을 데려갈 것이다. 죽음의 속도에 채찍질하는 건 사람이 아닌 자연의 섭리에 따른 것이다. 그 깊이는 아무도 모르고 자신만이 홀로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죽음에게 귀싸대기를 날리며 당당히 맞이하느냐, 졸장부처럼 두려움에 떨면서 맞이하느냐 그 차이다. 이승에 있는데 저승에 가는 길에 놓이고, 저승에 있는데 이승으로 윤회하므로 삶과 죽음은 하나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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