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핵심 부품인 플라즈마 관련 장치 기술 개발"

이호형 책임 연구원.

‘과학 기술’은 국가산업 경쟁력이자 국력 원천이다.

경북일보는 ‘실사구시(實事求是) 과학 정신’을 정립하고 기초과학이 국부 창출 원천이 되도록 각 분야 권위 있는 과학 인재와 대담을 통해 한국 과학이 나아갈 길을 지속 모색하고 있다.

이번 주인공은 ‘MKS Power Solutions Asia’의 기술연구소에 근무하는 이호형(40) Solution development team 책임연구원이다. 그는 포항 소재 경북과학고등학교 5기 졸업생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반도체 제조 공정의 핵심부품인 ‘RF 전원 장치’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이호형 책임연구원은 카이스트 학부 물리학과 전공, 기계과 부전공으로 졸업했고, 카이스트 물리학과 대학원 박사를 졸업했다.

대학원에서는 우주플라즈마, 고에너지 입자 시뮬레이션 등을 공부했고, 취직 후 플라즈마(기체 상태의 물질에 열을 가하면 만들어지는 이온핵과 자유전자로 이루어진 입자들의 집합체)를 발생시키기 위한 전력 공급 장치인 ‘RF matcher’ 개발을 하고 있다.

다음은 이 연구원과의 1문 1답이다.
 

KAIST 농구대회 참가 모습.

△경북 또는 포항과의 인연은?

-부모님 고향이 경주시 안강읍이며, 포항의 산부인과에서 태어났기에 포항과 인연이 깊다. 취학 전 대구에서 살았고 초등학교 저학년은 영덕에서 보냈다. 4학년 때 포항으로 전학을 와서 포항초·포항중을 졸업했고, 경북과학고 2년 수료 후 카이스트로 진학했다.

현재도 부모님이 포항에 계시기에 명절·가족 모임이 있을 때 방문을 하게 되는 등 아직도 포항과 인연이 많다.

특히 청소년기를 모두 포항서 보내 다양한 추억이 있다. 시내 우체국 앞에서 친구들과 영화도 보고 맛난 것도 먹었다.

고등학교 친구들과 스키장 엠티

중학교 시절에 시내버스를 타고 하교했는데, 이 버스가 경북과학고를 지나갔다. 당시 과학고 앞에서 버스를 탔던 형들이 과학 이론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나도 과학고에 진학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포스텍(포항공대) 카페테리아에 부모님이랑 외식하러 갔던 기억도 생생하다. 대학생 1·2 학년 때는 고교 친구 모두 경북 출신이라서 포항 칠포해수욕장에 MT도 가고 즐겁게 보낸 기억이 있다. 대전에서 보낸 시간이 20년이 넘어가는데도 아직 사투리가 고쳐지지 않은 걸 보면 인연이 정말 깊은 거 같다.



△ 책임 연구원으로 있는 MKS에 설명하자면.

-MKS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요한 수많은 부품들을 공급하는 글로벌기업이다.

진공도를 측정하는 게이지, 다양한 가스를 콘트롤하는 밸브, 플라즈마 발생 장치, 전력 공급 장치 등 MKS에서 만드는 부품이 없이는 반도체 공장을 만들 수 없다고 할 정도로 많은 솔루션을 보유한 기업이다.

그중 제가 근무하고 있는 MKS Power solutions Asia는 플라즈마를 발생시키기 위한 전력을 공급하는 장치인 ‘RF matcher’와 ‘RF generator’ 를 연구 개발하고 있다.

한국, 일본·중국 등 아시아 국가 다양한 반도체 장비 회사가 필요로 하는 제품을 공급하기 위한 아시아 지역 연구 개발 허브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Rochester 에 있는 Power solutions USA와 함께 더욱 높은 기술의 RF solution 을 공급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에서 RF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는 주축이 되고자 사장님 이하 모든 직원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책임 연구원으로 본인의 맡은 업무는

-우리 회사의 주요 제품 중 ‘RF matcher’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RF matcher 는 RF generator 에서 발생한 파워를 반도체가 만들어지는 장비로 손실 없이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즉 반도체를 만들기 위한 파워를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꼭 필요한 부품이라고 이해하면 될 듯하다.

이러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플라즈마에 대한 이해, RF 신호를 측정하는 기술, RF 회로 설계 기술, 가변 소자를 제어하는 기술 등 다양한 기술이 복합적으로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양한 팀에서 각 요소를 개발하고 있으며, 저는 최종 제품을 어떤 형태로 개발할 것인지 결정하고 분석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다양한 팀에서 만든 기술들을 어떻게 조합해 고객이 필요한 해법(solution)으로 만들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다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지금의 일을 하게 된 동기는.

-입사 당시는 MKS 가 아닌 KAIST 물리학과 박사들이 창업한 플라즈마트라는 벤처기업이었다. 대전에서 일할 회사를 구하고 있던 당시 RF matcher 개발팀 팀장인 한윤석 이사(경북과학고 1기)의 추천으로 입사하게 됐다. 사실 RF matcher 개발에 필요한 기술은 학교서 전공으로 배우긴 힘든 기술이라, 물리학을 전공한 인력이라면 폭넓게 적응할 것이란 생각에 뽑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

당시 플라즈마트는 벤처 기업이지만 기술력을 인정 받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한국 시장의 시장 점유율을 올리고 싶었던 MKS가 파트너로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해 인수 합병 하게 됐다.

벤처 기업에서 글로벌기업으로 변화되는 과정을 경험하고 있는 것은 좋은 경험이었다.

사실 특별히 반도체 산업에 흥미나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대전에 있는 한국전력 전력연구소에 근무하는 아내와 근처에서 근무할 수 있는 생활이 쉽게 안정되는 장점이 있었고, 회사의 좋은 직원들과 자유로운 분위기 등 회사 자체의 매력이 더 컸던 것 같다.

글로벌 회사가 된 이후에는 외국 엔지니어와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매우 흥미로운 경험이었고, 학교와 달리 기술을 제품화하는 부분이 끌리고 재미있어 계속 만족하며 근무하고 있다.
 

미국 출장에서 나이아가라 폭포 방문

△자신의 전공 분야에 대한 설명과 특별한 연구 성과가 있다면.

-2010년 이후에 반도체용 RF 기술이 CW(지속파·continuous wave) 에서 pulse 형 RF로 변화하고 있었는데, pulse 형 RF를 매칭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 개발이 급하게 필요하게 됐다.

신규 플랫폼을 개발하는 업무가 전사적으로 진행됐고, 프로젝트 리더로서 전체 진행을 총괄 진행했다.

당시 Rochester 팀으로부터 센서 관련 기술을 이전받아와야 했고, 이전받은 기술을 우리가 필요로 하는 상황에 맞게 변형해야 하는 등 회사에서 처음으로 진행하는 미국과의 협업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재미있고 밀도 있게 일할 수 있었다. 특히 미국팀과 진행하는 첫 본격 프로젝트여서 의사소통과 업무 진행 방식 조율 등도 필요했다.

프로젝트 리딩 경험이 없었던 저는 좌충우돌 했지만, 주위의 많은 도움으로 플랫폼을 완성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현재도 이 플랫폼을 이용해 주요 제품이 개발되고 있고, 좋은 매출 성과를 얻고 있어 자부심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는 대표 먹거리 반도체 산업, 앞으로 나가야 할 길은.

-반도체 대기업이 현재 생태계를 이끌고 있지만, 개별 부품들에서도 기술적 차별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좀 더 많은 인재가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으로 퍼질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인재를 길러내고 나면 산업 생태계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고, 정부와 대기업의 관심도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제가 근무하는 MKS PSA도 태생이 한국 벤처 기업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에 좋은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AI, 로봇 등 대세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서 반도체의 역할과 나아가야 할 방향은.

-5G, AI, 빅데이터, 자율 주행 등 요즘 화두가 되는 주제들은 모두 데이터 처리량을 증가시키는 방향의 기술들이라고 볼 수 있다. 늘어나는 데이터를 더 빨리 처리하기 위해선 더욱 성능이 높은 더욱 많은 양의 반도체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앞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일상생활 용품에 반도체가 탑재될 것이고 이러한 변화가 우리 생활을 좀 더 효율적이고 편리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따라서 여러 가지 종류의 반도체 칩을 이용해 어떠한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을지 연구한다면 새로운 시작을 개척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컴퓨터와 인터넷,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프로그램이나 앱을 사용하는 것이 대중화됐다. 컴퓨터라고 하면 어렵다고만 생각하던 시절을 지나 누구나 이용하는 시대가 왔다. 이제 프로그래밍을 하는 사람들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자신의 필요에 맞추어 많은 일들을 컴퓨터를 이용해 해결하고 있다.

저는 아두이노나 라즈베리파이와 같이 반도체를 이용한 모듈들이 대중화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예상한다. ‘누구나 반도체를 이용해 필요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라는 예측이다. 즉 반도체 칩을 이용한 새로운 물건을 설계하는 기술의 대중화가 시작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시대의 초입에서 좋은 아이디어들이 모인다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지 않을까?



△지속하는 코로나19 여파가 반도체 산업에 끼친 영향은.

-반도체 산업은 다양한 글로벌업체가 같이 일을 하고 있고, 해외 출장도 많이 있다. 코로나19로 갑자기 많은 것이 변했다. MKS도 코로나 이후에 해외 출장이 전면 금지됐고, 미국에 있는 부문들은 업무가 중단되기도 했다.

하지만 곧 화상 미팅 솔루션이 도입되고, 협업을 위한 툴이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업무 정상화가 됐고, 오히려 글로벌로 분산돼 있는 사업장 간의 업무 효율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진행되는 실험을 원격으로 콘트롤하기도 하고, 출장 대신 화상 미팅이 일상이 되면서 더욱 많은 직원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오히려 코로나로 인한 불편함이 업무 선진화를 가속했다고 볼 수 있겠다.

코로나로 인해 반도체를 사용하는 많은 서비스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산업은 오히려 더욱 빨리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고 보이며, 업무 선진화를 해낸 반도체 기업들을 좋은 기회를 맞은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일을 계속하면서 이루고 싶은 등 꿈이 있다면.

-AI 기술을 공부해 좀 더 지능적인 동작이 가능한 플랫폼을 개발해 보고 싶다. 이러한 제품이 좀 더 효율적인 반도체 제작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PSA 빌딩.

△포항과 경북의 방사광가속기 등 풍부한 R&D 인프라를 어떻게 활용해야 4차 산업 혁명 시대 과학 기술을 더 꽃 피울 수 있을까.

-작은 기업에 일하면서 최신 기술을 도입해 업무 효율을 올리고, 기술적 진보를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학교나 연구소에서 사용하고 있는 다양한 기술과 소프트웨어들이 실제 작은 기업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것이 많다. 예를 들어 연구소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그래프 툴을 사용해 데이터를 처리하지만, 실제 작은 기업에서는 엑셀만 사용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괴리를 좁힐 수 있다면, 작은 기업의 경쟁력이 상승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작은 기업들을 위한 기초 교육 또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며, 실제 현장 문제들을 연구 기관에서 손쉽게 솔루션을 제공한다면 시너지가 크게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코로나19 때문에 마스크 생산량이 부족할 때 삼성전자의 엔지니어들이 나서서 마스크 생산 업체의 문제점 해결에 도움을 주고, 이를 통해서 생산성을 높이는 것도 좋은 예가 아닐까 한다.

특히 AI 기술이나 빅데이터 처리 기술 등을 이용, 산업체의 비효율적인 업무의 자동화를 도와 준다면 좋을 것 같다.



△과학자를 꿈꾸는 과학고 등 이공계 후배들에게 조언이 있다면.

-이공계 관련 연구들은 이제 혼자서 진행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아인슈타인이나 뉴턴처럼 혼자 고민해 새로운 장을 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여러 명이 함께 팀을 이뤄 연구를 진행해야 하는 환경 속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소통 능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서로의 다른 생각을 인정하고, 깊이 있게 토론하며, 리더십과 동료애를 가지고 연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모르는 것을 솔직하게 물어볼 수 있는 용기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교 생활을 하면서 가질 수 있는 팀 프로젝트, 전시회 참가 등 여러 가지 좋은 기회를 이용해 이러한 소통 능력을 키울 수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같이 연구하고 싶어 하는 좋은 과학자, 엔지니어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공무원이 대세인 시대, 안정적인 직장에 모두 매몰되고 있다. 맞는 현상일까.

-일상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토양이 필요하다. 새로운 도전이 최소한의 안정적인 일상을 위협한다면, 그러한 리스크를 감당할 용기를 가지는 것은 매우 어렵다. 선망 대상 한두 명으로 이러한 두려움은 없어지지 않으며, 인간의 기본적 행복 추구권에 대한 새로운 발상과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성 세대의 이러한 노력이 지속된다면, 새로운 도전을 할 용기를 가지는 젊은이들이 나오기 시작할 것으로 생각한다.



△ 삶에 대한 조언이나 지혜, 자신이 가진 가치관이나 철학 자유롭게 부탁한다.

-저는 ‘재능’에 대해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문제를 척척 해결하거나, 손쉽게 운동을 배우거나, 악기를 척척 다루는 등 누구나 재능이라 생각하기 쉬운 것이 있다.

하지만 어릴 때 축구에 재능이 있다고 하는 많은 선수들이 모두 프로 선수가 되는 것이 아니고, 영재나 수재라고 불리던 학생들도 모두 훌륭한 과학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저는 같은 재능을 가진 사람이 다른 결과에 도달하는 것은 ‘꾸준한 노력을 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나름 빠르게 무언가를 습득하는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언제든 짧은 시간에 다른 친구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 공부를 소홀히 했습니다만, 매일 꾸준히 조금씩이라도 공부하는 친구들을 결국은 넘어서지 못한다는 것을 경험했다.

저는 두번째 말한 ‘꾸준한 노력을 할 수 있는 재능’을 갖추고 있는 사람을 발견하기가 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 하지만 작은 것부터 조금씩 노력해 축적의 시간을 가진다면, 이 재능은 개발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매일 영어 공부를 10분이라도 하거나, 악기를 짧게나마 연습하는 등 작은 것부터 꾸준히 노력한다면, 시간이 흐르면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저도 이러한 자세를 가지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특히 아이들에게 이러한 삶의 태도를 물려주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독자나 후배, 젊은이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코로나로 인해 우리의 삶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시기다. 수많은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지고 있다. 현재 자신의 성취를 돌아보면서 자만하거나, 자책하지 말고, 더욱 폭넓고 긴 안목으로 자신의 앞길을 설계해 꾸준히 노력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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