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어정쩡한 입장을 취해 온 국민의힘이 부산시장 보궐선거 일정이 다가오자 태도를 돌변해 “가덕도 신공항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지난 1일 부산을 방문해 “신공항 관련 특별법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키겠다”고 부산시민들에게 약속했다. 왜 이렇게 여야 정치권이 앞다퉈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올인’을 하고 나섰나. 부산시장 자리가 정권의 명운이라도 걸렸다고 보는가. 국민의힘 김 비대위원장으로서는 오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끝으로 비대위원장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뚜렷한 대선 주자가 없는 국민의힘에서 두 선거에서 후보 모두가 이기면 김 위원장은 내년 대선까지 현재의 비대위 체제를 이끌어 가게 되는 동인(動因)이 되고 자신의 대망론(?)도 펼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정치 9단이 이런 절체절명의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 김 위원장이 광주 5.18민주묘역에서 무릎을 꿁고 광주 시민에게 사죄를 하고 박근혜·이명박 두 대통령에 대한 공식적인 대국민 사과 등을 한 것을 볼 때 당의 입장과 자신의 대망론을 일거에 꽃피우기 위한 전초기지적 정치행위로도 보인다. 그는 이날 부산에서 2011년에 거론됐던 ‘한일 해저터널 건설’도 적극 검토해 보겠다고 민주당보다 한 발 더 나간 발언을 했다. 그는 가덕도-규슈를 잇는 해저터널 사업에 대해 “일본에 비해 월등히 적은 재정부담으로 생산 부가효과 54조5천억원, 고용유발 효과 45만명에 달하는 엄청난 경제효과가 기대되는 사업”이라며 “철도와 고속도로 역시 촘촘히 연결할 것이고, 남북 내륙철도를 가덕도까지 연결하고 부산신항-김해항고속도로와 사상-해운대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블록체인 규제, 자유특구로 지정된 이점을 최대한 살려 포스트 홍콩을 넘어 부산이 아시아 미래금융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며 ‘뉴부산 프로젝트’를 터트렸다. 김 위원장의 이 발언은 마치 대선 공약처럼 들린다. 정치 9단으로서는 1년 후를 대비한 큰 사업 하나를 낚시의 미끼 밥으로 선점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여야가 부산 시장 자리를 두고 10조원선의 가당찮은 건설비가 투입되는 초대형 사업에 앞다투어 주먹구구식으로 ‘특별법’을 만들고 이달 중에 이 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민주당은 자당의 오거돈 부산시장이 성추행 문제로 사퇴한 후 당규까지 바꿔가며 보궐선거 준비를 해왔다. 부산 시민들의 여론이 국민의힘 쪽으로 기울자 민주당은 반전의 카드로 김해공항 백지화와 가덕도 공항 카드를 들고 나왔다. 지난해 11월 17일 총리실 김해신공항검증위원회가 사실상 백지화로 해석되는 “근본적 검토 필요”라는 결론을 내린 지 9일 만에 가덕도에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이 발표로 여당에 등을 돌렸던 부산 시민들의 민심이 올 초부터 변하기 시작하자 국민의힘 부산 출신 의원들도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페달을 밟았다. 정해진 수순이었다. 부산 시민들은 시장 보궐 선거 하나로 백지화되었던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라는 큰 선물을 받게 되었다.여야 모두 국가 이익이 아니라 대중에게 영합하고 싶은 강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나라 앞날에 큰 주름이 질 10조원선이라는 거대 단일 사업을 부산시민에게 약속을 했다. 거기다 김 비대위원장은 한일 터널 건설안까지 재점화 시켰다. 그동안 여야 정치권은 국민들의 의견과는 관계없이 선거를 앞두고 ‘수도 이전’ ‘군 복무 단축’‘현금 지원’등 표를 얻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정당 간 ‘퍼주기’ 경쟁이 노골화되어 왔다. 표풀리즘이 극에 달하고 있다. 나라 살림이야 어떻게 되던 표만 얻어 보자는 정치적 야심이 계속되면 대한민국의 앞날은 남미·남유럽 국가들의 뒤를 밟는 ‘부나비’ 신세가 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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