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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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 좋게 나왔다가 번번이 꼬리를 내리고 마는 ‘홍두사미(洪頭蛇尾)’,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또 “지지지지(知止止止·그칠 줄을 알아 그칠 데 그친다)”라 일갈했다. ‘지지지지’는 노자 도덕경의 ‘지지지지 지족불욕 지지불태 가이장구·知止止止 知足辱 知止殆 可以長久’에서 왔다. ‘만족함을 알면 욕됨이 없고, 멈춤을 알면 위태롭지 않아 오래간다’는 뜻이다.

지난번에는 코로나19로 입은 자영업자에 대한 손실보상제를 놓고 총리와 설전을 벌이더니, 이번에는 또 여당대표와 설전이다. 홍 부총리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시한 ‘자영업 손실보상제 법제화’에 대해 SNS를 통해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며 반대했다. 이 같은 부총리의 반기에 정 총리는 “이 나라가 기재부 나라냐”며 강한 어조로 질타했다.

홍 부총리가 이번에는 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각을 세웠다. 이 대표가 교섭단체 연설에서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을 함께 협의하겠다”고 한 데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연설 직후 홍 부총리는 SNS에 올린 글에서 “추가적 재난지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전 국민 보편 지원과 선별 지원을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글의 끝 부분에 “저부터 늘 가슴에 지지지지(知止止止)의 심정을 담고 하루하루 뚜벅뚜벅 걸어왔고, 또 걸어갈 것”이라고 썼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부 여당의 막무가내식 ‘곳간 털기’에 대해 주무부처 책임자로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물론 정의당 쪽에서도 ‘지지지지’ 않고 홍 부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며 압박하고 있다.

홍 부총리의 다른 별명이 ‘저항하다 이내 백기를 들고 만다’고 해서 ‘홍백기’라고도 하는데 번번이 백기를 들 것이 아니라 ‘직에 연연 않는다’는 소신과 여권의 요구대로 ‘지지지지’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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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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