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환동해 지역 찬란한 역사와 문화예술 조명

이동순 에세이
경북 동해안 지역의 노래와 연관된 동해 인문학 시리즈 ‘노래 따라 동해 기행’(이동순 지음, 걷는 사람 출판)이 출판돼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책은 경북도 환동해지역본부와 도서출판 걷는 사람이 경북 환동해 지역의 찬란한 역사와 문화예술을 조명하고, 오늘에 맞게 새로이 해석하기 위해 선보인 ‘동해 인문학 시리즈’ 중 하나다.

이 책 ‘노래 따라 동해 기행’을 비롯해 문화사학자 신정일 선생의 ‘동학의 땅 경북을 걷다’, 최재봉 기자의 ‘동해, 시가 빛나는 바다’ 등을 통해 환동해가 품은 풍요로운 이야기를 만나 볼 수 있다.

한 해양학자가 표현한 것처럼 동해는 “모든 방향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위대한 대로(大路)”이며, 그 속에 깃든 삶과 역사는 지속적으로 연구되고 발견돼야 할 것이다.

“인간의 삶은 노래와 더불어 발전하고 변화해왔다.”

신동엽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한 한국 문단의 저명한 원로 시인 이동순. 그가 환동해권(環東海圈) 지역의 대중가요와 그 곡들을 만든 작사가, 작곡가, 가수 들에 대해 기록했다. 경북도 동해안 지역의 가장 위쪽인 울진에서 시작해 영덕, 포항, 울릉, 경주에 이르기까지 총 5개 지역을 다룬 노래를 선별해 작품의 미학적 측면을 음미하며, 그 특성을 정리한 것이다.

이 일련의 과정을 통해 저자는 “환동해권을 테마로 다룬 가요 작품들과 그것을 만든 대중음악인들이 한국 대중음악사를 떠메고 험난한 시절을 버티며 살아온 장한 역사를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 세월의 격동, 환난의 구체성은 해당 지역 노래 속에 아주 부드럽게 발효되고 무르녹아 제각기 하나씩의 멋진 대중예술 작품으로 육화돼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사실은 경북도 환동해권 주민뿐만 아니라 한국인 모두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안겨주기에 충분한 것이다.

‘울진 아리랑’가사에서 가장 부각되는 단어는 단연 금강송(金剛松)이다. 이 금강송은 울진군 소광리 금강소나무 숲길 좌우로 울창하게 우거진 숲의 소나무를 가리킨다. 소광리는 전국의 금강송 군락지 가운데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곳이다. 낙동정맥의 깊숙한 품에 자리한 이곳은 늘씬하게 치솟은 금강송들로 장관을 이룬다.

2010년 영덕군 영덕읍 삼각주공원에 ‘외나무다리’노래비가 건립됐다. 노래비 제막식이 있던 날, 아흔 넘은 작사가 반야월 선생이 멀리서 직접 참석해 행사의 의미를 더해주었다. 복사꽃 피는 계절인 봄날, 포항에서 청하를 지나 영덕 쪽으로 가다 보면 길가 과수원이 온통 복사꽃으로 만발해 있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복사꽃 지고 여름이 한창 무르익어갈 무렵 해안 도로를 달리면 길가 도로변에는 잘 익은 복숭아를 판매하는 상점들이 줄지어 선다.

‘울릉도 뱃사공’에 등장하는 작중 화자는 울릉도 여성이다. 화자는 뱃사공에게 왜 자신의 님이 돌아오지 않는지, 한탄조로 묻고 있다. 다른 울릉도 테마 가요의 수준에 머물고 만 느낌이다. 심수봉의 노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처럼 남자는 배고 여자는 항구다. 남자는 배가 되어 떠나고 여자는 항구에서 그 배를 기다린다. 모든 기다림은 오직 여성의 몫이다. 다른 울릉도 테마곡들에 습관처럼 등장하는 동백꽃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통속적인 대중가요의 낡은 틀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꼴이다.

환동해권에 속하는 여러 지역 가운데 경주를 배경으로 한 대중가요도 상당히 많은 편이다. 나라의 주권이 일본에 강탈당한 시절이라, 망국의 한을 곱씹었을 마의태자 이야기가 은근히 대중들의 정서에 호소력을 지녔을 것임에 틀림없다.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는 동안 줄곧 가슴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말은 ‘인생은 유한하지만 노래는 영원하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다”고 했다.

저자 이동순 시인은 1950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났다. 경북대 국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고,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198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됐다.현재 영남대 명예교수와 계명문화대 특임교수로 있다

그간 한국 대중음악사를 다룬 ‘번지 없는 주막-한국가요사의 잃어버린 번지를 찾아서’, ‘마음의 자유천지-가수 방운아와 한국가요사’등의 저서를 발간한 것은 물론, 대중가요와 관련한 다수의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여러 신문에 칼럼을 연재한 바 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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