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자꾸 자란다
시멘트 계단 구석에 자주색 꽃이 무릎으로 피어 있다
그새 반은 바람 편에 선 민들레가 한 계단 위에 담벼락 아래 그늘 속으로 볕살을 조금 더 붙들고 있다
누가 몰래 갖다 버린 화분에도 나에게마저도 뭐가 자꾸 자라난다
무릎을 펴고 일어서니 다 올려다 보인다
그런 날에는 한 뼘의 하늘도 어깨를 펴고 지나간다
누가 부르기에 돌아보니 골목이 새로 생겼다


<감상> 시인은 계단에 핀 자주색 꽃이 어떤 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채송화이든 제비꽃인들 어떠하랴. 무릎으로 무리 지어 피어난다는 점은 같은 것을. 척박한 환경 속에서 무릎이 연약하니 볕살을 붙들고 단단히 세우고 있다. 꽃도 화분에도 나에게마저도 부어오른 무릎을 치유하고 조금씩 자란다. 멍든 무릎을 펴고 일어서니 마을이, 산이, 하늘이 다 보인다. 어깨 펴고 하늘을 쳐다보며 기지개를 켜 보자. 무릎 속에 숨어 있던 골목이 새로 생겨난다. 서로 무릎을 만지면 골목 속에 온갖 것들이 살아서 꿈틀거리고, 생의 하루가 더 늘어난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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