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식·과일·채소류값 천정부지…축산물 가격까지 꿈틀
4인기준 상차림비 전통시장 26만원·마트 37만원 훌쩍
설 연휴를 앞두고 7일 포항 죽도시장을 찾은 60대 주부 전모 씨는 천정부지로 오른 물가에 선뜻 지갑을 열지 못한 채 빈 장바구니만 쳐다봤다.
지난해 잇따른 냉해와 풍수해에 이어 겨울철 초강력 한파까지 이어지면서 쌀 등 곡식류는 물론 각종 과채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 데다 올 들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농축산물 가격이 끝 간 데 없이 오르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가 1년을 훌쩍 넘기면서 극심한 경기침체로 주머니 사정마저 더욱 얇아져 설 제수상 마련이 아득해졌다.
실제 본지가 설 명절 단대목인 지난 6·7일 이틀간 대구·포항·구미 지역 주요 전통시장을 방문해본 결과에서도 주요 농축산물 가격이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면서 소비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었다.
먼저 지난해 기상악화로 작황이 부진했던 탓에 쌀 가격이 급등, 설 제수용이자 먹거리인 떡국용 흰떡 가격부터 급등했다.
지난 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대구지역 도매가 기준 쌀 가격은 20㎏당(상품) 5만8000원으로 평년(4만2800)보다 37.7%나 뛰었다.
소매가 역시 더욱 올라 포항 E-유통에서는 6만3800원, 안동 C-유통에서는 5만8900원에 거래 중이었다.
쌀 가격이 오르자 흰떡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지난 4일 기준 전국 평균 흰떡 1㎏ 가격은 전통시장 5871원, 대형유통업체 5332원으로 집계돼 지난해 설 열흘 전 가격보다 각각 20.2%와 3.8% 상승했다.
설 차례상에 올릴 과일이나 나물류 가격도 강세를 보였다.
지난해 집중호우와 긴 장마로 낙과 등 피해가 컸던 사과(10㎏)의 대구지역 도매가는 전년(3만6000원)보다 두배 가까이 오른 7만1000원, 배(15㎏)는 전년(4만4400원)보다 74.5% 급등한 7만7500원을 나타냈다.
실제 소매가격도 크게 올라 대구 평화시장에서는 사과(5㎏)와 배(7.5㎏)이 각 6만원을 호가했고, 포항 죽도시장에서는 사과 한 개 7000원, 배 한 개에 1만원씩 팔렸다.
한 과일 판매점 상인은 “배와 사과 가격이 비싸서 상자로 구입하는 이들이 드물어지는 대신 낱개로 구입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대구 지역 시금치(4㎏)도매 가격은 1만3300원으로 전년(7000원)보다 90%나 올랐으며, 소매가격도 대구 A-유통에서는 1㎏에 1만1860원, 구미 새마을 중앙시장에서는 한 단에 7000원을 부르기도 했다.
최근 AI 확산으로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계란 가격 오름세도 마찬가지다.
30개 한판 기준 대구 A-유통에서는 7990원, 포항 E-유통에서는 7680원 수준으로 지난해 대비 2000원 비싼 33.3% 가격 상승을 보였다.
소고기 등 축산물 가격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집밥 수요가 늘면서 상승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거리인 한우 양지(100g)는 포항 죽도시장에서는 5100원, 대구 동구에서는 4800원으로 전년 대비 11.8%, 9.8%씩 상승했다.
다만 지난해 김장철 가격이 반짝 올랐던 배추와 무는 공급량이 늘면서 안정세를 나타냈다.
이날 전 씨는 소고기 한우 양지(300g) 1만5300원을 비롯해 달걀 한판(30개) 8000원·동태(1마리) 1만7000원·황태포(1마리) 5000원에 장을 봤다.
전 씨는 “언론에서 달걀 값이 올랐다는 이야기는 수도 없이 들었지만 이만큼 오를 줄은 생각지 못했다”며 “그런데 배 1개에 1만 원이나 하는 등 천정부지로 오른 과일 가격에 더 놀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날 구미 새마을 중앙시장을 찾은 주부 심모(61) 씨는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식구들이 별로 모이지 않아서 간단히 상차림을 하려는 데도 비용이 적지 않게 나올 것 같다”며 “특히 과일값이 많이 오른 것 같아서 상에 올릴 과일 종류를 줄이려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대구 서문시장을 찾은 직장인 박모(37) 씨 역시 “야채와 생선만 좀 샀는데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한편 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설 차례상 구매 비용은 전통 차례상 기준(설 성수품 28개 품목) 전통시장은 26만7392원, 대형유통업체는 37만4370원으로 추산됐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각각 15.8%와 17.4% 상승했다.
포항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최근 폭설·한파에 AI 확산까지 겹치면서 주요 설 성수품의 가격이 연일 고공행진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농산물 가격 오름세가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어 애그플레이션 경보등이 켜졌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