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식·과일·채소류값 천정부지…축산물 가격까지 꿈틀
4인기준 상차림비 전통시장 26만원·마트 37만원 훌쩍

설에도 5인 이상 모임금지 조치가 유지되며 가족간의 만남 조차 금지된 가운데 7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이 제수용품을 구매하려는 시민으로 북적이고 있다. 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는 설 연휴 마지막날인 14일까지 유지된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배 하나에 1만 원이나 하니 세트로 포장된 상자 구입은 엄두도 못 낼 지경이고, 쌀·과일·고기·양파에 달걀까지 안 오른 게 없네요.”

설 연휴를 앞두고 7일 포항 죽도시장을 찾은 60대 주부 전모 씨는 천정부지로 오른 물가에 선뜻 지갑을 열지 못한 채 빈 장바구니만 쳐다봤다.

지난해 잇따른 냉해와 풍수해에 이어 겨울철 초강력 한파까지 이어지면서 쌀 등 곡식류는 물론 각종 과채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 데다 올 들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농축산물 가격이 끝 간 데 없이 오르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가 1년을 훌쩍 넘기면서 극심한 경기침체로 주머니 사정마저 더욱 얇아져 설 제수상 마련이 아득해졌다.

실제 본지가 설 명절 단대목인 지난 6·7일 이틀간 대구·포항·구미 지역 주요 전통시장을 방문해본 결과에서도 주요 농축산물 가격이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면서 소비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었다.

먼저 지난해 기상악화로 작황이 부진했던 탓에 쌀 가격이 급등, 설 제수용이자 먹거리인 떡국용 흰떡 가격부터 급등했다.

지난 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대구지역 도매가 기준 쌀 가격은 20㎏당(상품) 5만8000원으로 평년(4만2800)보다 37.7%나 뛰었다.

소매가 역시 더욱 올라 포항 E-유통에서는 6만3800원, 안동 C-유통에서는 5만8900원에 거래 중이었다.

쌀 가격이 오르자 흰떡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지난 4일 기준 전국 평균 흰떡 1㎏ 가격은 전통시장 5871원, 대형유통업체 5332원으로 집계돼 지난해 설 열흘 전 가격보다 각각 20.2%와 3.8% 상승했다.

설 차례상에 올릴 과일이나 나물류 가격도 강세를 보였다.

지난해 집중호우와 긴 장마로 낙과 등 피해가 컸던 사과(10㎏)의 대구지역 도매가는 전년(3만6000원)보다 두배 가까이 오른 7만1000원, 배(15㎏)는 전년(4만4400원)보다 74.5% 급등한 7만7500원을 나타냈다.

실제 소매가격도 크게 올라 대구 평화시장에서는 사과(5㎏)와 배(7.5㎏)이 각 6만원을 호가했고, 포항 죽도시장에서는 사과 한 개 7000원, 배 한 개에 1만원씩 팔렸다.

한 과일 판매점 상인은 “배와 사과 가격이 비싸서 상자로 구입하는 이들이 드물어지는 대신 낱개로 구입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대구 지역 시금치(4㎏)도매 가격은 1만3300원으로 전년(7000원)보다 90%나 올랐으며, 소매가격도 대구 A-유통에서는 1㎏에 1만1860원, 구미 새마을 중앙시장에서는 한 단에 7000원을 부르기도 했다.

최근 AI 확산으로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계란 가격 오름세도 마찬가지다.

30개 한판 기준 대구 A-유통에서는 7990원, 포항 E-유통에서는 7680원 수준으로 지난해 대비 2000원 비싼 33.3% 가격 상승을 보였다.

소고기 등 축산물 가격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집밥 수요가 늘면서 상승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거리인 한우 양지(100g)는 포항 죽도시장에서는 5100원, 대구 동구에서는 4800원으로 전년 대비 11.8%, 9.8%씩 상승했다.

다만 지난해 김장철 가격이 반짝 올랐던 배추와 무는 공급량이 늘면서 안정세를 나타냈다.

이날 전 씨는 소고기 한우 양지(300g) 1만5300원을 비롯해 달걀 한판(30개) 8000원·동태(1마리) 1만7000원·황태포(1마리) 5000원에 장을 봤다.

전 씨는 “언론에서 달걀 값이 올랐다는 이야기는 수도 없이 들었지만 이만큼 오를 줄은 생각지 못했다”며 “그런데 배 1개에 1만 원이나 하는 등 천정부지로 오른 과일 가격에 더 놀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날 구미 새마을 중앙시장을 찾은 주부 심모(61) 씨는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식구들이 별로 모이지 않아서 간단히 상차림을 하려는 데도 비용이 적지 않게 나올 것 같다”며 “특히 과일값이 많이 오른 것 같아서 상에 올릴 과일 종류를 줄이려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대구 서문시장을 찾은 직장인 박모(37) 씨 역시 “야채와 생선만 좀 샀는데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한편 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설 차례상 구매 비용은 전통 차례상 기준(설 성수품 28개 품목) 전통시장은 26만7392원, 대형유통업체는 37만4370원으로 추산됐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각각 15.8%와 17.4% 상승했다.

포항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최근 폭설·한파에 AI 확산까지 겹치면서 주요 설 성수품의 가격이 연일 고공행진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농산물 가격 오름세가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어 애그플레이션 경보등이 켜졌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남현정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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