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 간소화·제수음식 주문…부담 던 명절 문화 변화 바람

설 연휴를 일주일 앞둔 4일 서울 강남구 한국은행 강남본부에서 현금운송 관계자들이 시중은행에 공급될 설 자금 방출 작업을 하고 있다.연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우리나라 전통 명절인 설의 풍속도마저 바꿔버렸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5인 이상 모임을 금지함에 따라 가족·친척들이 모여 만들었던 시끌벅적했던 명절 분위기는커녕 가족 간 고향 집 방문 일정을 ‘예약’하거나 빳빳한 새 돈으로 설날 세뱃돈을 준비하던 풍경은 ‘디지털 송금’으로 변화하고 있다.

정부는 설 명절을 앞두고 8일부터 오는 14일까지 비수도권의 영업시간 오후 10시까지 완화,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를 유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직계가족도 주거지가 다를 경우 단속 대상이 되며 이를 어길 시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지난해 추석 연휴 당시 권고 사항이었던 고향 방문 자제가 강제적 조치로 바뀐 셈이다.

이렇듯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가 가족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설 명절 신(新)풍속도를 만들어 내고 있다.

경기도 하남시에서 직장생활 중인 지모(29)씨는 “지난여름 휴가 때 고향인 포항을 찾아 부모님을 뵌 후 반년 넘게 안부 전화만 드리고 있다”며 “이번 설에는 꼭 찾아뵙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른 타지에 사는 형제들과 고향에 가는 날을 따로 잡았다”고 말했다.

가족이라도 최대 4명까지만 모일 수 있게 되면서 푸짐하게 명절음식을 만들고 차례를 지냈던 예년 설 풍경도 자연스레 간소화될 전망이다.

재래시장에서 직접 음식 재료를 준비하는 게 비용 절감이 될 수 있겠지만 먹을 사람 자체가 줄어 휴대폰 앱 또는 인터넷으로 필요한 만큼만 사서 먹는 경우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시민 이모(53·여)씨는 “이번 연휴는 가족과 함께 집에서 보내기로 결정해 명절 음식 준비에 대한 부담이 많이 줄었다”면서 “손질 또는 조리과정이 복잡한 생선·육류·전 등을 인터넷으로 주문해 처음으로 명절증후군 없는 명절을 보낼 것 같다”고 말했다.

설 명절이면 집안 어르신께 세배를 드리고 덕담과 함께 세뱃돈을 받던 모습을 비롯해 성묘 문화 또한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가족 간 물리적으로 만나지는 못하지만 스마트폰 영상통화로 세배를 하고 세뱃돈은 온라인으로 송금한다.

성묘 또한 가족 중 일부만 선산을 찾아 영상통화로 대신한다는 계획도 나온다.

유모(25)씨는 “지난 추석에는 벌초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충북 제천에 있는 선산까지 왕복 7시간가량 시외버스를 타고 다녀와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컸다”며 “올해는 굳이 모일 필요가 없다는 어른들의 의견에 큰아버지 한 분만 성묘를 다녀오시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혼자 고생하실 모습에 죄송스러운 맘이 크지만 ‘비대면 명절’인 만큼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정부의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에 반발하며 ‘과태료를 물더라도 가족들과 만나겠다’는 의견과 ‘가족이라도 지침을 어길 경우 신고하겠다’ 등 서로 의견이 나뉘어 혼란을 빚고 있다.

한편, 고향 방문을 포기한 사람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연휴 기간 동안 귀성객과 관광객이 경상지역으로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한국교통연구원 설 연휴 통행실태조사 결과 경상도 지역이 캠핑장 등 비대면 여행의 중심지로 떠오르면서 명절 연휴 기간 동안 90만명이 넘는 귀성객과 여행객이 유입될 것으로 예측됐다.

연휴를 귀성·귀경기간으로 나눠보면 귀성기간(2월 10∼12일) 경상도로 유입되는 통행 인구수는 수도권에서 26만1000명, 강원도 3만9000명, 충청도 20만9000명, 전라도 8만8000명, 제주 6000명으로 예상된다.

귀경기간(2월 12∼14일)에는 수도권 15만1000명, 강원도 2만2000명, 충청도 12만9000명, 전라도 12만9000명, 제주도 7000명이 움직인다.

여가 플랫폼 야놀자가 설 연휴인 2월 11∼14일 숙박 예약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역별 예약률에서 경북지역이 8.4%로 강원(16.0%), 경기(13.8%), 서울(10.6%), 제주도(9.2%)에 이어 5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선호하는 숙소 유형은 펜션(37.7%)이 1위로 타인과 접촉 가능성이 낮은 독채형 숙소가 인기를 끌었다. 그 밖에도 해외여행의 대체 수요를 끌어들인 호텔(36.2%)이 2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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