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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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 한 움큼씩
약을 먹는다 약 먹는 걸
더러 잊는다고 했더니
의사선생은 벌컥 화를 내면서
그게 목숨 걸린 일이란다
꼬박꼬박 챙기며 깜박 잊으며
약에 걸린 목숨이 하릴없이 늙는다
약 먹는 일 말고도
꾸역꾸역 마지못해 하고 사는 게
깜박 잊고 사는 게 어디 한두 가지랴
쭈글거리는 내 몰골이 안돼 보였던지
제자 하나가 날더러 제발
나이 좀 먹지 말라는데
그거 안 먹으면 깜박 죽는다는 걸
녀석도 깜박 잊었나보다

<감상> 의사는 목숨 걸린 일이라 강조하고, 더군다나 자기애가 강한 사람은 약을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다. 아버지는 한 움큼씩 약을 먹고도 보약까지 챙겨 먹으니 속이 견딜 수 없다고 하신다. 깜박 잊고 산 삶처럼 약 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데 남의 것을 빼앗아 먹으면서 나이 먹지는 않았다. 남의 것을 탐하지 않았기에 군림도 하지 않았다. 약 먹고 나이 먹는 것도 생명의 연장선에 있음에도, 왜 착취와 억압은 끊이지 않는가. 설날에 떡국 먹고 나이 한 살은 더 먹는데, 부디 욕은 더 얻어먹지 말자. 먹지 말아야 할 것들을 자꾸 먹으면 수명이 단축되고 죽어서도 아귀도에 떨어진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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