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선거철이 아니더라도 지자체에서 지정해 놓은 벽보판은 광고를 목적으로 하는 각종 플래카드나 현수막으로 항상 넘쳐난다.

탈부착에 따른 정리가 제대로 되면 좋으련만 때론 바람에 찢기고 흩날려 볼썽사나울 때도 많다.

급기야 초등학생이 불법 현수막 줄에 걸려 넘어지면서 머리를 크게 다친 사고까지 발생했다.

더구나 순수 광고용 보다는 시위용 플래카드가 연중 게시되고 있어 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광고는 광고주가 경제적 대가를 지불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아이디어·상품 또는 서비스 등의 존재를 알려 판매를 촉진하는 일종의 설득커뮤니케이션 활동이다.

따라서 글·그림·사진·도안·영상·소리 등의 표현 메시지를 신문·텔레비전 등 대중매체나 포스터·팸플릿·옥외광고·극장·인터넷 등 다양한 전달 매체에 게재 또는 방송한다.

이로써 예상 구매자에게 상품 및 서비스 등에 관한 정보 내용을 널리 전달·설득하여 판매 등 소기의 목적 달성을 촉진하고자 하는 활동이다.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현수막(懸垂幕)이나 플래카드(Placard)광고에 대해 알아보자.

본래 선전막에는 가로로 거는 것과 세로로 거는 두 종류가 있는데 가로로 거는 것은 ‘플래카드’라 하고 세로로 길게 거는 것은 ‘현수막’이라 한다.

‘현수(懸垂)’는 ‘아래로 매달려 드리워짐’이란 뜻이다.

이 같은 차이는 동양의 세로쓰기와 서양의 가로쓰기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약 15년 전 제자의 결혼식에 참석차 울산에 갔다가 문수축구장 근처의 카센터 앞에 내걸린 플래카드가 내 눈길을 멈추게 했다.

내용인즉 ‘우리 센터에서는 고객님들께 신속·저렴·친절하게 서비스해 드립니다. -단, 고객님께서는 위 3가지 중 2가지만 선택해 요구할 수 있습니다- ◇◇카센터 올림’.

즉 저렴한 가격으로 빠른 서비스를 원한다면 불친절을 감수해야 하며, 친절하면서도 빠른 시간에 처리를 원한다면 서비스의 가격이 오를 수 있고,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친절한 서비스를 원하면 다소 늦게 처리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는 게 아닌가?

당시로선 대부분의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거의 일방적인 견적에 따라 차량 서비스를 맡기는 것에 비하면 차주에게 선택의 여지를 열어두어 서비스의 질에 따라 가격 등을 나름대로 정할 수 있게 해둔 것이라 의미있게 받아 들여졌다.

이후 교사연수회 때 우리 교육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제공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했을 때 위 3가지 외에 ‘다양한 교육콘텐츠’를 추가시켜 교육수요자가 원할 때는 선택사항 없이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든’ 제공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크게 감동 받은 적이 있다.

이렇듯 생각을 바꾸면 모든 일이 다르게 다가오는데 우리 위정자들은 왜 이를 외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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