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올해부터 우리나라 경찰조직에 큰 변화가 생겼다. 경찰청장이 직접 지휘하는 국가경찰은 경비, 보안과 정보, 외사 업무 등 공공의 안전과 관련된 업무를 주로 담당하게 된다. 또한 올 1월부터 실시되는 자치경찰제는 자치경찰 사무의 책임, 지휘권을 시·도 지방자치단체에 부여한다. 자치경찰은 지역 내 범죄예방 활동, 아동·청소년·여성 보호, 교통지도·단속 및 교통질서 유지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자치경찰제를 시작하면서 일선에 있는 현장경찰관들은 그동안 고충이 많았던 주취자, 정신병자 등의 보호업무를 지방자치단체에서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반면에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업무와 아동학대 등 지방자치단체의 보호업무를 지방자치공무원이 아닌 자치경찰을 통해 강력하게 처리할 것이라는 상반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있다. 주민들은 이 일을 누가 하는지가 중요하지 않다. 주민들은 그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자치경찰의 인사권이나 지휘권을 누가 얼마나 더 가지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자치경찰은 제복을 입은 경찰이다. 위험하고 긴급하고 돌발적인 전문성 있는 치안업무를 수행한다. 자치경찰은 업무의 성격상 수없이 발생하는 범죄를 예방하거나 단속하는 과정에서 늘 위험 속에 노출돼 있다. 또한, 국민의 생명보호와 관련된 긴급 상황이기 때문에 출동과정에서 교통사고의 위험이 크고, 술 취한 사람처리, 자살 구호 등의 과정에서 신체적 위험에 처하기 쉽다. 그만큼 위험한 현장에서 긴급하고 정확하게 판단해야 할 부분이 많다. 그래서 자치경찰을 ‘거리의 판사’라고 한다. 자치경찰행정은 이러한 경찰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한 전문성 있는 행정이어야 한다.

또한, 자치경찰 사무 수행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도지사 소속으로 자치경찰 사무를 지휘·감독할 시·도 자치경찰위원회가 구성된다. 경찰조직과 범죄, 안전에 대한 전문성이 높고, 정치적 중립성을 갖춘 인물로 시·도 자치경찰위원회가 구성되도록 해야 한다. 초기 자치경찰제 정착의 필수요건이다.

아울러, 지역에 근무하는 자치경찰 조직 내에 복지부동이나 소극적 보수문화가 생길 우려도 있다. 아마도 자치경찰이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으면 112신고가 대폭 늘 것이다. 지역주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근무하는 자치경찰이 소신 있고 책임감 있게 일할 수 있도록 적절한 권한과 책임을 주어야 한다. 자치경찰이 주민을 위해 일하다가 발생할 수 있는 작은 실수에는 법적 면책을 해 주어야 한다. 일을 안 하면 실수도 없다. 일을 안 하는 것이 문제지 일을 열심히 하다가 생기는 작은 실수에는 박수를 쳐주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이른바 ‘적극행정의 면책제도’이다.

우리나라의 치안 상황은 미국이나 영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비교적 안전한 편이다. 범죄 발생은 물론이고 실제 국민들이 느끼는 범죄에 대한 두려움, 각종 테러 및 마약, 조직폭력으로부터도 안전한 편이다. 국내 관광을 온 외국 여행객들에게 한국의 밤은 위험하니 절대 돌아다니면 안 된다는 여행 가이드의 당부도 없다.

여기에는 대한민국 경찰의 짜임새 있는 세밀한 외근순찰과 범죄예방, 높은 범인 검거율이 기여한 바가 크다.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면서 자칫 치안이 불안정해져서는 절대 안 된다. 바라건대 자치경찰제가 최고의 치안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자치분권의 이념을 실현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정착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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