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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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항아리 덮은 물이끼 보며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은 ‘잉끄’

말라 버린 연못 흙 속에
수백 년 넘게 잠들었다가
발견되어 싹이 튼 연밥처럼
몸 어느 바닥에 엎드려 있었을까
오래된 말들이 굴러 나온다

가마는 가매꼭지 뒤통수는 뒤꼭지 턱은 턱아지 엉덩이는 넙턱지 왼손은 외약손 솜털은 부등털 뒷덜미 데시기 주근깨 주겅씨 복사뼈 복성씨

라임도 자수도 착착 맞는 모어들

온몸 이랑에 숨어
간질간질한 씨앗들 모아
교양 있는 글말 두둑에 뿌린다

미수 88세 넘기시고
봄물이 올랐다


<감상> 입말은 글말과 달리 몸의 바닥에서 나오는 말이다. 바닥에 닿지 않고서는 자연스럽게 나올 수 없는 말이다. 시인은 연 항아리 속 번지는 물이끼를 ‘잉끄’라 이름 짓는다. 어머니들이 사용하는 모어들은 라임(압운)도 자수(字數)도 착착 맞아 리듬을 탄다. 곧 어머니는 “~꼭지, ~아지, ~씨”와 같이 일정한 자리에 같은 운을 잘 달았다. 글말은 교양 있고, 입말은 천한 것이 아니다. 어머니가 떠나시면 입말이 사라지기에 글말에다 입말의 씨앗을 뿌리자. 그러면 봄물처럼 모국어가 풍성해질 것이다. 어머니께서 자식들에게 자주 사용하시던 “매란 없다(얼굴이 형편없다)”는 입말은 이젠 들을 수가 없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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