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려한 경치 속 과거·현재 공존하는 마을

우복종가(愚伏宗家) 전경. 경상북도 지방문화재 민속자료 제31호.

하용준 소설가의 소설집 ‘정기룡’(전 5권)은 정기룡 장군이 진주를 떠나 신선들이 산다는 상주목 ‘우복동’을 찾아 나서 상주땅에서 처음 만난 젊은 선비 정경세(鄭經世)와의 인연을 그린다.

그 ‘우복동’이 바로 상주시 외서면 우산리로 정경세 선생이 일가를 이룬 우복 종가(愚伏 宗家)가 있는 곳이다.

문경 방향으로 3번 국도를 따라가다 상주시 외서면사무소 방향으로 997번 국도로 방향을 잡으면 우산재(230m)를 넘어(현재는 우산 터널을 이용) 화북에서 발원한 이안천을 맞는다.

우산재(일명 머티재)는 외서면 우산리 갈량에서 가곡리 머티로 넘어가는 고개로 갈양 마을의 동쪽과 머티마을의 서쪽에 있다.

우산리의 지명은 상주목 지역이었으나, 1914년 상우산리·하우산리·관신리를 합하여 상주군 외서면 우산리라 했다.

갈양(갈령)은 갈령고개 서쪽 밑에 있는 마을로 하우산 북쪽에 있는데 상주경찰서 외서파출소가 이곳에 있다가 외서면 소재지로 옮겨갔다. 현재 주소는 우산1리다.

상우산(上愚山)은 우산 서쪽에 있는 마을로 우복(愚伏) 정경세(鄭經世) 선생의 종가가 이곳에 있다. 우산 칠 리 강산에 수려한 명승이 이룩되고 우복 정경세 선생의 유적인 대산루·계정·우산서원·도존당 등이 있다. 현재 주소는 우산2리다.

우산재 정상 ‘우산재’표석. 지금은 우산터널을 이용해 도로사용은 제한된다.

우산리는 이안천을 따라 서쪽으로 내서면 서만리와 경계한 곳으로 우산 팔경을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있는 우복 종가와 함께 우산천 20경의 끝자락인 수회동(水回洞)의 노루목이 단연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또한 코로나19로 떠오른 언택트 관광 추세로 입소문을 타고 인기가 높아진 ‘우산캠 핑장’에 점점 많은 캠핑족이 찾고 있고, 산길따라·들길따라·강길따라 15개의 ‘MRF(산길·Mountain Road), 강길(River Road), 들길(Field Road)) 이야기길 트레킹’ 코스 중 하나인 수회동 ‘장서방길’ 등이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우산리를 찾게 한다.

우복(愚伏) 정경세(鄭經世) 선생은 퇴계의 학맥을 계승한 류성룡 선생의 학문을 수학한 정통 영남학파 남인 계열 학자로 임진왜란 때는 의병의 선두에 섰다.

그뿐만 아니라 서인의 대표 학자 중 한 명인 동춘당 송준길을 사위로 맞았고 서인 학자였던 김장생과도 활발히 교유하며 소통의 길을 걸어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우복 종가에 거주하는 정춘목(57) 선생이 15대 종손이다.

그는 우복 선생께서는 상주시 청리면 율리 태생이시고 경상도 관찰사를 마친 당시 38세에 학문연구를 위해 외서면 우산리에 계정을 지으면서 정착이 시작되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모시는 제사는 6대 봉사로 매년 명절 제사를 포함해 총 15번의 제사를 지내고 설 명절 제사는 신정 제사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사에는 종친 내·외분과 가족 등 평균 30여 명이 참석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방역지침을 따라 최소한의 인원으로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상주시 외서면 우산리에는 한때 인근에 60가구의 집성촌이 형성되었으나, 현재는 우산리에 3가구만 거주한다.

15대 종손인 정 선생은 “과거 조선시대의 인물과 문화의 기초자료가 사라져 가는 것이 안타깝다”며 “특히 미래 문화창조를 위해서 조신시대 후기와 근대사의 인물 및 문화재 자료에 대한 정리와 재조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복종가(愚伏宗家) 정면 전경. 김범진 기자

△우복종가(愚伏宗家).

우산리 하면 단연 우복(愚伏) 정경세(鄭經世) 선생의 ‘우복 종가’가 떠오른다. ‘우복 종가’는 1982년 2월 24일 경상북도 지방문화재 민속자료 제31호로 지정됐다. 1600년경에 건립된 종택은 대산루 남쪽의 언덕에 자리 잡아 우산 팔경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토담으로 주위를 에워싼 종택은 넓은 공간에 안채·사랑채·행랑채가 튼 口자 형을 하는 외딴집이다.
 

대산루(對山樓) 전경. 경북 지방유형문화재 제156호.

△대산루(對山樓).

대산루는 상주시 외서면 우산리 193-1번지에 있는 단층에 연결한 2층 누각의 T자형 건물이다. 1982년 경북 지방유형문화재 제156호로 지정됐고 상우산의 우복종가 북쪽에 있다.

임진왜란 때 의병이고 대학자였던 정경세(鄭經世)의 유적으로 팔작기와집에 연결해 2층 누각을 세운 건물이다. 후손 입재(立齋) 정종로(鄭宗魯) 선생이 제자들을 가르치던 강학서로 사용됐다. 단층 건물은 정면 5칸이며 끝의 한 칸은 이층누각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가설돼 있고 퇴문 1칸은 대청마루에 연결돼 마루를 깔았다. 누 위에는 ‘동래 정동교 서(東萊鄭東校書)’로 ‘대산루’란 초서 현판이 있다. 이 건물의 특이한 점은 하층 뒤편에는 부엌이 있고, 상층 2칸은 온돌장치를 하는 점이다.
 

우복 종가 북쪽 인근에 위치한 학문 토론의 장인 대산루(對山樓·왼쪽)와 우복(愚伏) 정경세(鄭經世) 선생이 38세에 학문연구를 위해 지어 정착이 시작된 계정(溪亭·초가) 전경. 김범진기자

△계정(溪亭).

계정(溪亭)은 상우산 종택 아래에 있는 정자로 대산루 옆에 위치하고 1603년 건립된 곳으로 1982년 대산루와 함께 경북 지방유형문화재 제156호로 지정됐다. 우복 정경세(鄭經世) 선생이 책을 읽던 2칸 초당으로 글을 짓고 문인들을 가르치던 곳이다.

△도존당(道存堂)

도존당(道存堂)은 종가에서 200여 m 올라가면 대산루의 서쪽 산 밑에 있다. 우복 선생이 세운 서원이라고 알려졌다.

토석담 일곽 내에 도존당과 고직사가 동남향으로 앉아 있고 대청에 올라서면 ‘팔도문’이라는 현판이 있다. 옆에는 계정(溪亭)이라는 초가가 있는데 우복 정경세가 공부하던 곳이다. 본래는 정경세의 6세손인 입재(立齋) 정종로(鄭宗魯:1738∼1816)가 세운 서당으로 뒤에 우산서원(愚山書院)으로 승격되었다가 흥성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 따라 파괴되었다. 후에 20세기 초 강당만 복원됐고 현재의 ‘ㄱ’자 모양 주사 건물이 남아 있다.
 

‘장서방길’ 트레킹코스의 ‘수회동’ 전망대에서 본 여름 노루목(물이 굽돌아 내려간다 해서 일명 노루목이다)

△‘장서방길’ 트레킹 코스.

최근 언택트 비대면 관광이 주목을 받는 가운데 상주시에는 낙동강, 이안천 등 역내에 15개의 MRF 이야기길이 주목을 받고 있다.

상주 ‘MRF 이야기길 트레킹코스’는 산길(Mountain Road), 강길(River Road), 들길(Field Road)을 걷는 낮은 산과 원점회귀가 가능한 곳으로 연결돼 반드시 이야기가 있다고 전해해 이름 지어졌다.

우산리에는 내서면 서만리 사이에 이안천 물이 구비 돌아서 내려가는 물소리 좋은 수회동의 ‘장서방길’ 트레킹 코스가 있다.

물이 굽 돌아내려 간다 해서 일명 노루목이다. 높은 곳에서 살펴보면 노루목처럼 생겼고 수려한 경치는 그 자체가 그림이고 시다.

‘장서방길’은 총 8.5km로 약 2시간 30여 분이 소요된다.

입구는 내서면 서만리 222번지로 장서방길 입구로 ‘안장서방 입구-안장서방-서만새터-노루목-우산교-폐농가-안장서방 입구’로 회귀하는 코스다.

단연 볼거리는 일명 ‘노루목’이 있는 수회동(水回洞)으로 이안천 물이 회 돌아내려 가는 곳이다. 바위에는 우복 정경세 선생이 쓴 ‘수회동’이라는 글자가 음각돼 있고, 3개의 굴로 구성된 천마 굴과 우미기 바위, 삼신 바위, 봉천 바위 등이 자태를 뽐낸다.



△상주우산캠핑장.

상주시 외서면 채릉산로에 있는 ‘우산캠핑장’은 폐교를 활용해 부지 면적 1만 2000여 m에 1일 최대 수용 인원 220명·야영장 55면으로 이뤄졌고, 하수도 시설·전기시설·화장실 등의 부대시설과 매점도 운영하고 있어 편리성이 있다.

무엇보다 공기 좋고 수려한 주변 경관들과 ‘우복 종가’와 ‘장서방길’ 트레킹 코스와 어울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해 캠핑족들의 맞춤 장소로 입소문이 나 관광객이 증가 추세다.

이 밖에도 우복 종가를 가는 길에 지방문화재 문화재자료 제130호(1985.8.5. 지정)로 지정된 ‘병암고택(甁菴故宅)’이 있다.

우복 선생의 6대손인 입재(立齋) 정종로(鄭宗魯) 선생의 아우인 재로(宰魯) 공이 주거용으로 15세 때인 1770년(영조 46)에 건축했다.

한식 목조 기와집의 고건물 연구의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김범진 기자
김범진 기자 goldfa@hanmail.net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