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석 계명대 언론광고학부 특임교수·전 대구MBC 사장

박영석 계명대 언론광고학부 특임교수·전 대구MBC 사장
박영석 계명대 언론광고학부 특임교수·전 대구MBC 사장

모임 같은 데서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화제로 인해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저런 정치적 관심사나 이슈가 되는 시사 인물에 관한 나름의 평을 내놓다가 흔히 발단이 되곤 한다. 대부분은 분위기가 어색해지는 정도에서 끝나지만 때로는 수습하기 곤란할 정도로 불이 붙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같이 자리한 사람들도 어느 편을 들 수도 없고 난감하다.

저런 생각도 하는구나 하고 그냥 듣고 지나쳐도 될 말에 ‘무슨 그런 말을 하느냐’는 식으로 말꼬리를 잡으면서 분란은 시작된다. 서로 자기 말이 맞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그동안 보고 들은 온갖 이야기들을 논거로 동원도 한다. 그러나 어느 쪽도 수긍하려 들지 않는다. 급기야 상대방을 향해 ‘편견에 빠져있다’거나 ‘내용도 잘 모르면서 우긴다’는 자극적인 말까지 내뱉게 되면 문제는 그때부터 급속도로 커진다.

이를 태면 ‘다른 사람들은 다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당신 혼자만 유독 그렇게 우기네!’라고 하는 식이다. 아니면 ‘지금 당장 길 가는 사람들한테 한 번 물어볼까? 당신같이 말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거야!’라며 상대방을 몰아세우는 것이다.

이런 말을 듣고 스스로 주장이 잘못됐다거나 틀렸다고 수긍하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대부분은 그 말 때문에 오히려 주장을 더 강하게 이어간다. 그때부터는 오직 상대방이 하는 말에 어떤 모순이나 잘못이 있는지를 찾아내기 위해 열을 올릴 뿐이다. 자연히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가장 합리적이고 세상을 왜곡 없이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또, 자신의 생각이 가장 보편적이라고 믿으며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자신의 생각과 거의 같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믿음이 지나치게 커지면 착각에 빠져들게 된다. 이것을 사회심리학에서는 허위합의효과(false-consensus effect) 또는 허위일치성 편향이라고 한다.

이런 착각에 빠지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 생각과 같다고 여기기 때문에 어떤 토론이나 논쟁에서도 결코 주장을 굽히거나 수정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자신의 판단과 신념을 다른 사람이 받아들이도록 강요하기도 한다. 나아가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보면 ‘이상한 사람’, ‘특이한 사람’으로 단정하면서 그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매도한다. 뿐만 아니라 ‘내 편’, ‘네 편’으로 편을 가르면서 ‘내 편’을 향해 끊임없이 동조를 구하기도 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다른 사람의 생각과 판단을 참고하기도 하고 비교도 하면서 자신의 생각이 어떤 좌표에 있는지 늘 관찰하고 확인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이해하려고 하는 동시에 상대방의 반박이나 반론이 있을 때는 그렇게 말하는 논거와 이유도 따져봐야 한다. 그래야만 늘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할 수 있고 자신의 주장이나 말이 잘못되거나 논리적 모순을 범할 가능성도 그만큼 낮아지게 된다.

자신이 하는 말에 대해서는 어떠한 점검이나 돌아봄도 없이 상대방이 하는 말에 대해서는 늘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목청을 높이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말과 주장은 늘 다른 사람들에게 많은 공감과 지지를 받고 있다는 큰 착각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다. 무지한 사람들보다 이런 착각에 빠진 사람들이 더 문제다. 그들은 좌중에서 늘 목소리가 크고 시끄럽다. 주장을 굽히는 법이 없어 자주 분란의 당사자가 되기도 한다.

주변에 목소리가 큰 사람이 있으면 주목해서 보라. 목소리가 큰 사람일수록 이런 착각에 빠져 있는 경우가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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