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충운 환동해연구원 원장
문충운 환동해연구원 원장

착잡한 설 연휴였다. K-방역의 엄중함은 가족마저 단절시켰다. 오랜 코로나 횡포에 지친 서민 경제의 현장은 망연자실 그 자체다. 설령 코로나가 종식되어도 그 후유증은 만만찮을 것이다. 특히 공동체의 기반을 흔드는 경제 양극화의 심화는 대단히 위험한 신호가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이런 우려스러운 현실을 직시하며 상생의 공동체 구축, 대구·경북 행정통합 실현, 지방분권 강화를 지역의 3대 의제로 삼아 위기 속에서 희망의 청사진을 그려나갈 것을 제안해 본다. 이를 위해 우리 모두에게 ‘공존과 통합, 그리고 함께’라는 마음과 자세를 가지자는 당부를 해본다.

먼저 공존의 마음을 가슴에 품자. 공동체의 기반이 취약하면 구성원의 삶도 더불어 취약해진다. 그래서 함께 사는 상생의 정치와 따뜻한 경제를 실현하려는 진지한 고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필자는 위정자들에게 상생의 공동체를 위한 정책에 각별히 임해 주기를 주문한다.

이와 함께 통합의 정신을 머리에 장착하자. 대구·경북은 지금 행정통합이라는 통 큰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1981년 대구가 직할시로 승격한 이후 40년 만의 재통합인 셈이다.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설을 맞아 통합 관련 전단지를 배포하는 등 본격적인 홍보전을 전개하고 있다.

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4월 숙의공론조사와 시·도민 의견확인을 거쳐 8월에 주민투표를 실시, 가결 시 11월 특별법 제정에 나서고 내년 7월 대구경북특별자치정부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부산·경남, 광주·전남 등 타 지역에서도 행정통합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대구·경북도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위기가 커지는 상황에서 행정통합을 통해 더 많은 재량권과 자원을 확보해 지역혁신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대구·경북이 통합을 이루게 되면 인구 500만의 초광역 도시로 거듭나 자치분권 국가로 전진해 나가는 강력한 추동력을 얻게 될 것이다. 통합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게 마련이다. 세상사에 완벽한 선택은 단연코 없다. 통합이 거대한 흐름인 시대에 아무래도 덧셈의 선택이 뺄셈의 선택보다는 나을 것이다.

포항 또한 인구 때문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50만이 무너지면 구청 폐지 등 조직, 재정, 인사 등에서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다. 현재 추진 중인 ‘포항주소갖기운동’은 그야말로 임시적 처방에 불과하다. 이제는 근본적인 해결을 모색해야 하고, 이 또한 이웃도시와의 통합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

포항은 산업도시로 4차산업혁명시대가 본격 도래하면 오히려 일자리 감소가 가속화되어 작금의 일자리 사수조차 버거운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일례로 이웃도시 경주와 행정통합을 이룬다면 통합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역사문화·첨단산업 도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우리 모두 사사로운 기득권을 내려놓고 적극적인 통합 담론을 시작할 때가 아닐까.

그리고 함께하는 정신과 자세를 가지자. 공존과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지방분권이 필요하다. 마침 경북도의회는 지난 5일 필자가 본지 칼럼에서 주창했던 지방분권의 강화를 위해 ‘지방분권추진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고 한다. 이를 환영하며 300만 도민과 함께하는 분권운동을 일으켜, 이 운동이 요원의 불길처럼 번지기를 고대한다.

이렇게 오늘날 시대정신은 ‘공존과 통합, 그리고 함께’가 아닐 수 없다. 이는 낯설고 착잡했던 설 풍경이 우리에게 역설적으로 던진 희망의 메시지일 것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