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설 명절 전후에 좋을 꿈을 꾸라는 덕담을 많이 하고 많이 받는다. 평소에도 젊은이들에게 꿈을 지니도록 당부를 한다. 허황한 꿈이 아니라 부지런히 노력해서 이룰 수 있는 꿈을 지녀야 하고, 그 꿈의 실현을 위해서 노력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해주곤 한다. 이 꿈은 잠자면서 꾸는 꿈이라기보다 자신이 세운 삶의 목표라고 해야 할 것이다. 명절에 좋은 꿈 많이 꾸라고 덕담할 때는 행운의 꿈과 생활실천의 꿈의 의미가 복합되어 있을 것 같아 꿈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잠을 자야 꿈을 꾼다. 잠은 몸과 마음의 휴식시간이다. 낮의 노동은 정신적, 육체적 피로를 낳는다. 피로는 노동으로 쌓인 지친 병(피곤함)이다. 몸과 마음의 피로를 필터링하는 것이 밤의 쉼이며 잠이다. 잠은 꿈을 동반한다. 꿈은 꾸는 것이다. 꾸는 것은 뒤에 갚기로 하고 잠시 빌려 쓰는 것이다. 한편 꾼다는 말은 꾸미다, 짜고 꾀하다. 계획하고 설계하다의 의미를 지니는 것 같다. 조용히 정신 줄 놓고 쉬면서 완전 죽음이 아니라, 지난 일을 돌이켜 살피고 앞으로의 일을 꾸미는 것이 꿈꾸는 일인 것 같기도 하다. 낮의 비수면 상태에서 시달린 마음을 걸러 참된 열매를 맺고자 여는 세상이다.

잠의 원리가 종교 사상의 근원과도 맥락을 같이 하는 것 같다. 불교의 ‘버리기, 비우기’가 잠의 기능처럼 ‘참 나’를 걸러 내기 위한 수행방법과 같아 보인다. 살아 있다는 것은 끊임없는 정신적 활동이다. 그런 삶의 정신 줄을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 참 나와 상관없는 잡생각을 걸러내는 것이 불교의 ‘비우기, 버리기’인 것 같다. 잠의 이면이 기도, 명상, 집중, 몰입 등의 방법과 통한다. ‘주기도문’이나 ‘반야심경’ 등의 주문을 외며 그 의미에 집중하여 잡념을 없애고 몰입해 가는 과정이 잠인 것 같다.

꿈이란 무엇인가. 자신이 알려주는 무의식의 메시지. 꿈속에서는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어렵다. 꿈이 일종의 가상적인 현실이다. 가상현실 자체가 꿈에서 나온 것이다. 사람이 꿈을 꾸지 않았다면 가상세계나 사이버스페이스도 없을 것이다. 꿈은 직접 경험이기는 하지만 인간이 최초로 경험할 수 있었던 가상세계인 것이다. 그래서 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았고, 꿈을 분석하고 해몽하여 미래에 대한 일을 예측하려고 노력해 왔다. 프로이드도 꿈을 통한 사람의 심리상태나 정신적 트라우마를 찾아내는 정신분석학의 시초를 열기도 했다. 꿈은 현실을 반영하여 무의식적 소망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우리가 꾸는 꿈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심리표출의 꿈, 사유 활동의 꿈, 계시적, 예지적 꿈 등 다양하다. 하지만 태몽, 로또 복권 당첨, 각종 사고의 예지 등에 대한 꿈의 사례로 볼 때 ‘꿈은 미래를 예지한다.’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내가 바라는 ‘좋은 꿈’은 이루고 싶고, 이룰 수 있는 삶의 목표라고 정의해 본다.

꿈이 경계를 넘으면 야망이 된다. 이룰 수 없는 꿈이 인생을 망치는 수가 있다. 일장춘몽, 일확천금 등은 허황함의 대명사다. 그러나 꿈이 없으면 개인도, 사회도, 국가도 활기찬 발전이 없다. 우리 인간이 살아가면서 잠을 잘 수밖에 없고, 꿈을 꿀 수밖에 없다면 악몽보다는 길몽을 꾸고, 허황된 꿈보다는 끈질긴 노력으로 달성할 수 있는 꿈을 꾸기를 소망한다.

연말연시를 맞아 던져주는 “새해 좋은 꿈 꾸세요”라는 덕담대로 이루어질 수 있는 생활목표를 세워 소(牛)의 저력으로 실천하는 신축(辛丑)년. 좋은 꿈을 꾸고 그 좋은 꿈대로 행운도 따르면서 건강하고 복된 삶이 살아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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