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병원 수익구조 문제와 맞물려
군위·영양·고령·성주·봉화군은 산부인과 병원 '전무'

소아과 자료. 경북일보DB
소아과 자료. 경북일보DB

“4년 넘게 저희 딸을 진료해주셨던 의사 선생님이 포항을 떠나셨대요. 다른 병원을 찾자니 막막합니다.”

포항시민 A씨(37·여)는 최근 맘카페 등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평판이 좋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찾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난 수년 간 딸아이(유치원생)가 아플 때마다 찾았던 병원의 전문의가 얼마 전 서울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다.

A씨는 “자주 가던 병원이 사정상 소아청소년과를 폐쇄하게 되면서 전문의가 다른 병원으로 가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성심성의껏 진료를 봐주고, 아이 걱정에 불안해하는 부모에게 개인 전화번호까지 주면서 안심시켜주는 모습에 고마움이 많이 남는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별도 공지 없이 갑작스럽게 소아청소년과가 없어져 아이가 아프면 어느 병원을 가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덧붙였다.

심각한 저출산에 따른 경영난 등 현실적인 문제가 맞물려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등 경북지역에서 아이들을 위한 병원이 사라지고 있다.

1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빅데이터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0년 3분기 기준 경북지역 소아청소년과는 72곳으로 지난 2018년(74곳)부터 해마다 1곳씩 줄어들고 있었다.

병·의원이 줄어드는 만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 또한 2018년 204명에서 2019년 208명으로 소폭 늘어난 후 지난해 3분기 기준 203명으로 줄면서 감소세를 보였다.

산부인과도 2020년 3분기 53곳으로 지난 2018년(54곳) 대비 1곳 줄었다.

특히,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군위·영양·고령·성주·봉화 등 5개 군 지역에는 산부인과가 없다.

이 같은 현상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병원 수익구조의 악화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역 의료계에서 나온다.

출산을 포기하는 이들이 늘면서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수요자가 줄어 진료에서 발생하는 수익률이 떨어지자, 병원 경영진 측에서는 해당 진료과목의 축소 또는 폐쇄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실제로 올 초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인구통계에 따르면 2020년 사상 처음으로 출생자 숫자가 사망자 숫자를 밑돌며 ‘인구 데드크로스’를 기록했다.

인구 데드크로스란 사망자의 숫자가 출생자 숫자보다 많아지면서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현상을 말한다.

전국 출생자 수는 30만 명이 무너지면서 작년 27만5815명을 기록했다. 이는 2019년 대비 10.65%가 감소한 숫자다.

2011년 이후 두 번째로 큰 폭으로 줄었다.

경북지역을 살펴보면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인구 자연감소분은 8776명을 기록,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많았다.

최근 10년간의 인구 감소도 심각한 수준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11~2020년) 경북의 인구는 6만여 명 줄었고, 2016년부터는 사망자수가 출생자 수를 추월하면서 자연감소마저 시작됐다.

특히 19~39세 청년층 인구는 지난 1년 동안만 무려 3만여 명이 줄었고, 2013년 이후에는 어린이 수보다 노인 수가 많은 역피라미드 인구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의료 관계자는 “해를 거듭할수록 고령층 환자는 늘어나는 반면, 영유아 환자는 줄어드는 게 사실”이라며 “저출산 등으로 환자가 줄어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특정 전공 기피현상은 심해진다. 이른바 ‘빅 5’라고 불리는 서울 대형병원에서도 전공의가 미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병원의 노력만으로 이겨내기 불가능한 만큼 이에 대한 해결책을 모두가 고민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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