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에서 먼 지역의 의료체계가 무너지고 있다. ‘의료 불평등’을 넘어 ‘건강 불평등’이 심각하다. 국민 건강 형평성의 문제는 국가의 부와 개인의 빈부 격차,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평등’ 문제다. 건강과 의료의 문제는 개별 행위자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문제인 것이다.

의료 불평등은 경북과 전남 등 서울·수도권과 거리가 먼 지역이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다. 인구수가 줄고, 도시 소멸을 걱정하는 지역일수록 의료 불평등이 심하다. 지방의 인구 감소 요인 가운데 교육과 문화 뿐 아니라 낙후한 의료 체계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 대표적 사례 지역이 경북이다. 통계청 지역 통계에 따르면 2019년 현재 경북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2.1명으로 17개 시·도 가운데 16위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를 제외하면 경북이 꼴찌다.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중증외상 환자 등 응급환자가 시속 30km 자동차를 타고 응급의료시설에 도달하기까지 서울은 평균 6분(2.97km)인데 경북은 41분(20.34km)이 소요된다. 전 국민의 88.17%(약 4562만 명)가 차량 이동으로 평균 20분(10km) 안에 응급의료시설을 찾을 수 있는 서비스권역에 살고 있지만 경북은 두 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의료 사각에 놓여 있다. 경북의 군위·영양·고령·성주·봉화 등 5곳에는 아기를 받을 산부인과도 없다.

정부와 의료계도 지역의료 격차를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지난 2018년 통계청이 내놓은 ‘한국의 사회동향’에는 “의료 인력이 모든 지역에서 증가하고 있지만 대도시 중 특히 서울 집중이 심화되고 있다”며 “대도시의 병원 수는 증가하고 중소도시와 농어촌은 감소한다”고 보고했다.

지역의 의사 수의 증원이든 공공의료의 확대든 정치 사회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지역의 의료 불평등 해결을 위해 경북 지역민들이 주장하고 있는 지역 의대 설립에 정부와 의료계가 획기적이고도 전향적인 결단을 내려야 한다. 경북 포항시가 추진하고 있는 ‘연구중심 의과대학·병원’과 북부 안동 지역의 ‘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이 절실하다. 정부와 의료계는 국가 균형발전은 물론 국민의 ‘건강 불평등’ 해소를 위해 경북과 같은 수도권에서 거리가 먼 지역의 의료서비스 확대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