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역 '기억공간' 애도 물결

대구 지하철 중앙로역 화재참사 18주기를 이틀 앞둔 16일 오후 대구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 마련된 기억공간을 찾은 시민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헌화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2003년 2월 18일 오전 9시 53분. 대구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에서 50대 지적장애인이 미리 준비해온 휘발유에 불을 붙였다. 화마는 삽시간에 전동차 1079호를 덮쳤고, 마주 오던 1080호 열차까지 번져 전동차 12량을 모두 태웠다.

화마는 192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뒤 3시간 30분이 지나서야 잠잠해졌다.

“형! 잘 지내고 있죠? 저 기억나요? 형 덕분에 학교 무대공연에 처음 서봤는데. 고마워요. 형 편히 쉬고 있어요.”

대구지하철참사 18주기 하루 전인 17일 오전 11시께 대구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 3~4번 개찰구 입구에 마련된 ‘기억공간’에는 올해도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시민추모의 벽에는 세상을 떠난 192 영혼들이 나비처럼 훨훨 날아 하늘의 별이 되길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종이 나비와 시민들이 적어둔 쪽지로 가득 찼다. 아픈 과거가 생각났는지 눈물을 훔치며 쪽지를 적고 있는 어르신부터, 어머니 손을 잡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새하얀 국화 헌화하는 어린이까지 많은 시민이 가던 길을 멈추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기억공간’에는 당시 불에 그슬린 벽면을 비롯해 공중전화부스, 사물함 등 현장 물품들이 전시돼 있다. 공간 한편에는 희생자 192명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벽도 있다.

17일 오전 대구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 기억공간에 마련된 시민추모의 벽. 한 시민이 추모의 벽에 적힌 메모를 보고 있다. 김현수 기자.
추모공간을 둘러보던 김수정(36·여)씨는 “참사 당시 고등학생이었는데 정말 충격적인 소식이었다”며 “깜깜한 지하 속에서 두려움에 떨었을 희생자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기억공간 시민추모의 벽은 오는 20일까지 운영된다. 이 기간 시민들은 기억공간에서 희생자들을 위한 헌화와 추모글 작성 등을 할 수 있다.

2·18안전문화재단과 유가족들은 17일 오후 대구시립공원묘지에 매장돼 있는 무연고 희생자에 대한 참배 행사를 한다. 사고 18주년이 됐지만, 현재까지도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6구의 시신이 공원묘지에 잠들어 있다.
대구 지하철 중앙로역 화재참사 18주기를 이틀 앞둔 16일 오후 대구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 마련된 기억공간을 찾은 시민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18일에는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서 18주기 추모식이 열릴 예정이다.

추모식에는 유족과 부상자, 채홍호 대구시 행정부시장, 김태일 2·18안전문화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해 희생자의 넋을 기린다.

김태일 이사장은 “대구지하철참사가 발생한 지도 18년이 지났다”며 “하지만 국민 성금 50억 원이 들어간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어디에도 화재 참사 관련 명칭과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테마파크 건립 의미와 중앙로역 화재 참사 교훈을 기억하기 위해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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