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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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는 ‘도깨비’와 발음이 비슷하다. 생긴 모양도 흡사하다. 도깨비의 모델이 두꺼비였지 싶다. 우리나라 도깨비는 인정과 유머가 있는 권선징악의 상징이다. 생긴 것은 험상궂지만 퍽 친근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옛날 촌집 뒤란에 슬금슬금 기어 나오던 두꺼비는 어른들이 ‘집 찌끼미(지킴이)’라면서 아이들이 해코지하지 못하게 했다. 이렇게 두꺼비는 구렁이와 함께 ‘집지킴이’로 존중 받았다. 그래서인지 집집 마다 붙어 있는 전기계량기를 ‘두꺼비집’이라 부른다. 전래동화 ‘콩쥐팥쥐전’에도 콩쥐가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우라는 계모의 명령을 받고 고민할 때 큰 두꺼비가 나타나 독 밑바닥에 찰싹 달라붙어 구멍을 막아준다.

뱀이 개구리는 잘 잡아먹지만 두꺼비는 못 본 척 비켜간다. 두꺼비는 피부에서 독이 나오고 귀샘에서 부포톡신이라는 독액이 분비된다. 뱀이 그런 두꺼비를 삼켰다가는 중독돼 비실비실 죽고 만다. 중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이 두꺼비 독으로 강심제를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두꺼비를 법으로 보호하고 있다. 두꺼비를 잡다가 걸리면 2년 이하의 징역,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섬진강 두꺼비’라지만 우리나라 두꺼비들의 총본산(?)은 대구 수성구 욱수동이다. 이곳 욱수산과 불광사 주변 두꺼비들이 최근 망월지 방향으로 대이동을 시작했다. 두꺼비들이 해마다 암컷이 낳은 알에 수컷이 정액을 뿌리는 포접(抱接) 하기에 좋은 망월지로 가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2월 9일부터 28일까지 1644마리의 어른 두꺼비가 망월지로 내려왔다. 이중 암컷 457마리가 최소 91만4000개 이상의 알을 낳았다고 한다.

수성구청은 이동을 시작한 두꺼비들이 차량의 바퀴에 깔려 죽지 않게 안전그물을 치고 CCTV도 달아 애지중지 감시하고 있다. 올해는 산란을 마친 두꺼비 10마리의 몸에 생체칩을 심어 생태를 보다 정밀하게 조사할 계획이라고 한다. 망월지 두꺼비가 ‘대구 지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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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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