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 농지 모습.
#1.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서 8250㎡(2500평) 규모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 A씨는 3년 전 귀농을 한 청년농민이다. 2019년 5월 농업경영체등록을 마쳤고, 2020년 공익직불금 신청 자격을 처음으로 가졌다. 그러나 면사무소에 직불금 신청을 하러간 A씨는 ‘조건이 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다. 임차한 농지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직불금 신청을 한 내역이 없어서다.

A씨의 경우, 땅주인에게 임대차계약서를 제때 받지 못해 농업경영체 등록이 늦어졌고, 등록 후에도 직불금 신청 시기가 지난 상태였다. A씨에겐 2016년까지 직불금이 꾸준히 지급됐고, 경작자가 바뀌면서 신청을 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2. 포항시 북구 기계면의 농민 B씨는 20여년간 농사를 지어왔다. 지난 2015년 조건불리직불금(구 직불금 제도)을 신청했으나 면사무소에서 거주지와 농지가 동일 구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직불금 신청이 불발됐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도 똑같은 안내를 받자 미련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조건불기직불금을 받지 못하면서 공익직불금 신청에도 발목이 잡혔다는 것.



정부가 선진국형 농업 활성화를 위해 시행 중인 공익직불제가 정작 혜택을 받지 못한 농민들의 민원이 쏟아지면서 법 개정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3년간 직불금을 받은 농가로 제도 적용을 한정시켰기 때문이다.

18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까지 공익직불제 제도와 관련, 전국적으로 약 115만건이 신청 및 접수됐다.

이는 공익직불금 지급 대상 농가 중 90% 정도가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민원도 빗발쳤다.

가장 많은 민원이 바로 직전 3년간 지급실적 농지 부분이고, 농외소득 3700만원 이상 조건에도 농민들의 항의 전화가 쇄도했다.

3년간 지급실적의 문제는 바로, 공익직불법(농업·농촌 공익기능 증진 직접지불제도 운영에 관한 법률) 제8조에 기인한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중 1회 이상 직불금을 받은 농지로 공익직불금 혜택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19년과 2020년 농업에 입문한 신규 농가와 농사를 지속적으로 해온 출퇴근 도시농민들도 신청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문제점이 도출됐다.

이같은 문제는 국회 입법조사처의 검토 결과에서도 드러났다.

입법조사처는 현행 공익직불제는 직불금을 지급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해당자들의 신뢰를 저해하며, 개정 전 법에 따른 보조금 지급요건을 충족하고 최근 3년간 직불금을 지급 받은 사람들과 해당자들을 달리 취급해 헌법상 신뢰보호 원칙과 평등원칙 위반 여부가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부는 2021년 공익직불금 수령을 위한 농업인의 농업경영체 등록과 등록정보 변경 신청을 오는 3월까지 받는 것으로 임시조처 중이다.

하지만 공익직불법 제8조가 개정되지 않는 한, 소외되는 농업인들의 혜택 불공정성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자 농민기본소득전국운동본부는 지난 17일 성명서를 통해 현재 국회에 발의된 4건의 관련 법안에 대한 개정을 촉구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상임위원회에 상정된 이 법안은 18일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존 공익직불제의 한계를 보완하고 코로나 위기에 따른 선별지원에서 제외되고 있는 농업인의 삶을 지켜낼 수 있다는 것이 운동본부의 설명이다.

한편, 공익직불제는 스위스가 지난 1993년 가장 처음 도입했다.

이후 농업정책 예산에서 직불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1999년 56%에서 2017년 82%로 크게 증가했다. EU(유럽연합) 소속 독일, 프랑스는 물론이고 일본도 각국에 맞는 공익직불제를 법제화한 후 실시 중이다.

황영우 기자
황영우 기자 hyw@kyongbuk.com

포항 북구지역, 노동, 세관, 해수청, 사회단체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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