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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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기를 사용한 시기만큼이나 문명의 첫 절정기까지의 전희는 매우 느리고 길었다. 많은 역사학자들은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인식하는 인간’이 등장한 것은 기원전 800년부터 기원전 200년까지의 시기라고 한다. 칼 야스퍼스(Karl Jaspers)는 이 시대를 인류 역사에 기축(基軸)을 형성한 ‘기축시대(Axial Age)’라 했다.

인도의 고타마 붓다, 중국의 공자·노자·장자,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 그리스의 플라톤과 소크라테스·호메로스가 모두 기원전 5세기 전후의 사상가들이다. 이 시대에 동양의 유교와 도교 경전, 남아시아의 불교와 자이나교 경전, 서양의 그리스 철학 문헌과 구약성서 등 인간 삶의 의미를 규정하는 위대한 사상이 탄생했다.

불과 몇 세기에 걸쳐 이 모든 사상의 거대한 변혁이 인도와 중국, 서양에서 서로 뒤섞이지 않고 독립적으로, 그것도 거의 동시대에 일어났다. 이 시기에 집대성 된 정신문명은 지금까지도 줄곧 인류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런 정신문명의 혁명기처럼 인류 문명사의 대 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인류의 나약함을 새삼 일깨우게 한 코로나19 팬데믹은 인류 문명사의 ‘축의 전환’을 가속화 하고 있다. 소매업의 소멸과 출퇴근 시대의 종언, 인공지능 등 파괴적인 기술혁신, 세계화의 역전현상 등 인간 삶의 방식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미래 학자들은 ‘10년 후 지금의 세상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2030 축의전환’을 쓴 와튼스쿨 국제경영학 교수 마우로 기옌은 한국이 지정학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축의 전환기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이라 했다. K팝과 영화, 드라마 등을 중심으로 한 문화강국, 삼성이나 현대로 대표되는 혁신과 창의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세계 역사의 ‘중심 축(central axis)’으로 확고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국민의 단합과 혁신을 이끌어야 할 정치가 제발 각성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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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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