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운 청춘들 희생으로 한반도 운영 바꾼 역사의 현장

영덕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관 ‘문산호’

포항에서 차를 몰고 7번 국도를 따라 북쪽으로 30분쯤 가다 보면 왼쪽에 큰 대게 조형물을 볼 수 있다. 여기가 포항시와 영덕군의 경계이자 영덕의 남쪽 끝인 남정면 부경리의 ‘대게누리공원’이다.

최근 남정면이 코로나19 이후 ‘언택트(Untact·비대면) 여행’이 일상화되면서 코로나 블루를 해소하는 트레킹 출발 명소로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남정면은 강구면으로 이어지는 바닷길이자, 시간을 거슬러 전설과 우리의 역사를 아우르고 있다.

조선시대에 외서면(外西面)이라 했으나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남정면으로 개칭됐다. 2010년 인구는 2451명이다.

영덕군블루로드 D코스남정면 대게누리공원

부경리는 해파랑 블루로드 D코스의 시작점이면서 면 소재지인 장사리는 장사해수욕장 있어 여름철 관광지로 각광 받고 있다. 장사해수욕장은 바다와 울창한 송림이 어우러져 가족 피서객들에게도 인기다.

지난해는 장사해수욕장에 장사상륙작전을 기념해 만든 전승기념관 ‘문산호’도 개관해 웅장함을 더하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 성공을 위해 북한군을 교란할 목적으로 ‘장사상륙작전’이 펼쳐진 애국충정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대게누리공원 뒤편에는 골곡포에 얽힌 삼국시대 수로부인 전설과 신라 향가 ‘헌화가’의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다.
 

바위산

△헌화가 전설이 숨어 있는 바위산.

영덕군 남정면 부경리. 영덕의 남쪽 끝이자 블루로드 D코스 시작 지점이다. 큰 대게 조형물이 있어 한눈에 영덕군에 왔음을 직감할 수 있다.

대게 조형물 옆 부경리 골곡포 부근에 높이 200m가 채 되지 않아 보이는 병풍바위 하나가 있다. 이 바위는 헌화가 전설이 살아 숨 쉬는 바위산이다.

‘자줏빛 바위 가에 잡고 있는 암소 놓게 하시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자포암호변희(紫布岩乎邊希)집음호수모우방교견(執音乎手母牛放敎遣) 오힐불유참힐이사등(吾,不喩?,伊賜等) 화힐절질가헌호리음여(花?折叱可獻乎理音如))

‘신라 성덕왕 때 순정공이 강릉태수로 가다가 바닷가에 점심을 먹고 있었는데, 그 옆에 석벽이 있어 병풍과 같이 바다를 둘러싸고 있고 천야만야한 꼭대기에 진달래꽃이 한창 피어 있었다’는 의미다.

공의 부인 수로가 보고 저 꽃을 꺾어다 바칠 자가 누구냐 하니 마침 옆에 있던 늙은이가 암소를 끌고 지나다 부인의 말을 듣고 꽃을 꺾어 바치면서 노래를 지었다.

어릴 적 국어 시간에 한 번 쯤을 봤던 유명한 향가 ‘헌화가’의 유래다. 1월의 추운 날씨에 늙은이가 꺾어 바쳤다는 진달래꽃은 없지만 무언가 장엄해 보이기도 하다.

영덕군이 2012년 수로부인 헌화가 테마사업도 진행했다고 하니 사뭇 바위가 달라 보이기도 한다. 당시 헌화가 학술심포지엄에서 전영권 대가대 교수는 “헌화가 배경지로 영덕군 남정면 굴곡포 일대에 위치하는 해발고도 190m에 달하는 암석단애지(백악기 화산암)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무인 간이역 장사역.

영덕의 색다른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동해선 철도역 장사역. 장사역에 내리면 탁 트인 전망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바다를 보며 기차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무인 간이역으로 역무원은 없지만 그게 더 특색 있는 느낌을 만들어 낸다.

대합실을 내려오면 벽화 하나를 볼 수 있다. 바로 위에서 말한 헌화가 관련 벽화로 늙은이가 수로부인에게 꽃을 전달하는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이제 역을 나와 700m쯤 걸으면 장사해변이 눈에 들어온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장사해수욕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장사상륙작전을 기념하기 위한 기념공원과 문산호. 동해바다 특유의 파도소리에 호국 정신까지 느낄 수 있는 장사해변이 자리잡고 있다.
 

장사해수욕장

△장사리 명사십리 이야기.

곱고 부드러운 모래가 끝없이 펼쳐진 바닷가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명사십리. 장사 동쪽 바닷가인 지금의 해수욕장 인근이 지금처럼 7번 국도가 해안변을 통과하기 훨씬 이전에는 긴 모래톱으로 유명했다.

그 길이가 옛날에는 부흥2리에서 부경1리까지 이르렀다고 하니 사뭇 장관이 아니었을까 싶다.

소나무 숲이 우거지고 해당화가 모래사장 여기저기 지천으로 피어 아름다운 경치가 이를 데 없었다.

장사리대게누리공원

지금은 7번 국도로 인해 예전의 모습은 볼 수 없고 해당화도 자취를 감춰 버렸지만, 과거 명사십리를 빛낸 젊은 위령들의 넋이 있는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관과 충혼탑이 명사십리를 대신하고 있다.

△ ‘좌초 문산호 재현’ 영덕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관 ‘문산호’.

6·25전쟁 중 이뤄진 장사상륙작전을 기념하는 전승기념관 ‘문산호’가 지난해부터 운영 중이다.

기념관은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에 크게 기여한 장사상륙작전을 기념하는 시설로 불타는 애국심으로 자원입대한 학도병과 참전용사 및 문산호 선원들의 희생을 기리고 전후 세대에게 호국 안보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시설이다.

장사상륙작전에 사용되다 좌초한 LST문산호를 재현한 길이 90m, 폭 30m, 지상 5층 연면적 4881㎡의 건축물로 잠제시설과 하부지지시설 설치 등 지난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총사업비 324억원이 투입됐다.

전시관은 1~2층이며 장사리 해안 모래를 모티브로 작전배경, 부대결성, 출동, 작전전개 순으로 ‘육본 작전명 174호’문서와 ‘맥아더 장군의 친서’가 전시된 당시 작전을 재현하는 공간과 희생하신 분들을 추모하는 공간으로 조성됐다.

갑판과 상부 3~5층은 체험과 휴게공간으로 70년 전 호국용사들이 숭고한 희생으로 지켜낸 현재의 아름다운 장사리 해안 주변을 조망하면서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가질 수 있다.

영덕군은 6·25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공헌을 널리 알리고 미래 세대들에게는 학도병들의 애국성지 순례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공원 성역화 사업을 지속해서 전개하고 있다.
 

최길동 기자
최길동 기자 kdchoi@kyongbuk.com

영덕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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