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미국에 가면 어린 꼬마도 영어를 잘한다는 우스개가 있다. 독일의 골목에 벤츠가 널렸듯이 말이다. 언어라는 면에서 인체의 뇌는 신비로운 블랙박스. 영국서 태어나 자라면 영어로 장착되고 일본서 성장하면 일어로 채워진다.

이는 개인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개념이다. 어떤 공동체에 속할지 그리고 무슨 책을 읽을 지가 정해진다. 사회를 형성하고 사고방식을 이룬다. 인류 진화는 오랜 세월에 걸쳐 일어났다. 대략 400만 년 전에 최초의 조상이 출현한 이래로, 직접적 시조인 호모사피엔스는 10만 년쯤 전에 나왔다.

장구한 변천의 역사에서 가장 근본적 특징은 두뇌가 엄청 커졌다는 점이다. 애초에 오스트랄로피테시네는 500cc 정도 용량을 가졌으나, 호모에렉투스에선 1000cc에 이르렀고, 현대 인간은 1400cc에 다다랐다.

영장류는 다른 동물에 비해 두뇌가 컸다. 또한 수많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체계를 가졌다. 출생 후에도 거의 12개월 동안 뇌가 자꾸 자란다. 그 이유는 집단을 이루어 살면서 협력 소통하기 때문이다. 생존 환경 적응을 위해 커다란 머리라는 수단을 만든 것이다.

두뇌가 커진 호모사피엔스는 후대에 지식을 전수하는 능력이 생겼고 더불어 언어가 발달했다. 그 덕분에 생태계 우위를 확보하고 만물의 영장이 되었다. 문화를 발전시키고 문명을 이루면서 세상을 정복했다. 만약 언어가 없었다면 도구 발명과 예술의 번창과 종교 확산은 없었을 지도 모른다.

구약성경 창세기 제11장은 바벨탑 얘기를 실었다. 하늘에 닿을 만큼 높은 탑을 쌓으려는 사람들 오만을 보고 분노한 신은 원래 하나였던 언어를 여러 개로 쪼갠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게끔 하여 탑의 건설을 막았다고 한다. 한데 요즘은 인공 지능 발달로 그런 까탈(?)을 넘어서는 추세다.

오늘날 통용되는 언어의 종류는 7000개 정도로 파악한다. 그중에 원어민 숫자가 최대인 것은 표준 중국어이고 다음은 스페인어다. 영어는 비원어민 구사자 인구가 제일 많은 언어다. 지구상 대략 4명 중에 한 명꼴로 이용한다. 그들이 영어를 선택한 까닭은 힘이 있는 말인 탓이다.

영어는 명실공히 자타가 인정하는 지구촌 공용어다. 20억 넘는 사용자를 가진 언어 권력. 한땐 그 실력이 진학과 취업의 사다리를 선점하고 고소득 엘리트 계층 진입을 뜻했다. 국제통화기금 공식어 넘버원이자 인터넷 70퍼센트 상당을 차지한다.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접한 시민들 유창한 영어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수오멘린나 요새를 방문코자 트램을 타는 방향을 물었다. 자국민 말인 핀란드어가 있음에도 능수능란한 대화가 신기했다. 국민 80퍼센트 가량이 영어를 구사하고, 티브이 프로그램 절반 이상이 영어임을 나중에 알았다.

해마다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가 쏟아진다. 돈을 버는 대신 시간의 세례를 받은 그들에게 권하고 싶은 취미가 있다. 바로 외국어 학습이다. 장점이 다양하다. 그 능력은 장수 시대 필요한 덕목이자 해외여행 최고의 무기가 아닐까.

자기 PR 시대라고는 하나 스스로 자랑은 조심스럽다. 하지만 행운이 아니라 노력은 뽐내도 괜찮지 않으랴. 포기치 않고 계속 정진하는 약속의 다짐도 담았다. 나는 매일 영어 공부를 한다. 아침 여섯 시부터 방영되는 EBS 프로 본방 사수. 덤으로 규칙적 생활이 주어진다. 곧장 까먹을 지라도 무척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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