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석 계명대 언론광고학부 특임교수·전 대구MBC 사장
박영석 계명대 언론광고학부 특임교수·전 대구MBC 사장

TV인기코미디에 ‘대화가 필요해’ 라는 코너가 있었다. 가족과 함께 대화하는 장면에서 경상도 아버지의 말투는 매우 완고하고 무뚝뚝하게 그려진다. 그는 대화를 주도하다가 말을 이어가기 곤란한 상황을 맞닥뜨리면 어김없이 “밥 먹자!”라며 넘어가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물론 웃음을 이끌어내기 위한 과장된 표현이지만 극중에서 경상도 아버지의 말투는 투박함과 무뚝뚝함의 극치다.

말투를 소재로 한 우스갯말에서 경상도 남자들은 투박함과 무미건조함의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한다. 퇴근하고 집에 온 경상도 아버지는 아내에게 “아~들은?”, “밥 줘!”, “자자!”라는 단 세 마디만 하고 만다는 이야기는 거의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또, 밤하늘 둥근 달을 쳐다보며 연인과 속삭이는 서울 남자의 상냥한 말투와 경상도 남자의 무뚝뚝한 말투를 대조적으로 비교하면서 듣는 이들을 포복절도케 하는 우스갯소리들도 여럿 있다.

실제로 그토록 무미건조하게 말하는 경상도 남자는 없다. 큰일 날 소리다. 비록 말 수는 적어도 경상도 남자들이 오히려 더 마음 깊고 정감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것들을 보면 대화에서 말투보다 중요한 것도 없다. 같은 말도 말하는 사람에 따라 투박하게도 들리고 더 없이 상냥하게 들리기도 한다. 말의 빠르기나 높낮이, 억양들도 제각각 다르게 느껴진다. 이러한 특징과 차이가 나타나게 되는 것은 결국 말투 때문이다.

말에서 드러나는 독특한 방식이나 느낌이 바로 말투다. 이것은 말의 버릇이기도 하고 말의 모양새이기도 하다. 흔히 우리는 말의 내용에만 신경을 쓰게 되지만 사실은 말투가 말을 좌우한다 해도 틀리지 않는다.

아침에 학교에 갈 아이에게 밥 먹으라는 말 한 마디도 “ㅇㅇ야, 밥 먹자~”, “밥 먹어라!”, “안 들리나! 밥 먹어!”, “빨리 밥 안 먹고 뭐해!” 등 말투에 따라 전해지는 느낌은 차이가 크다.

자녀들에게 ‘공부하라’는 부모의 말 역시도 말투에 따라 아이의 마음은 제각각으로 나누어진다. 자녀들의 마음을 긍정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오히려 불만과 반발심만 갖게 하기도 한다. 같은 말을 하는데도 말투 속에는 순간이지만 애정과 미움과 짜증, 관심과 무관심 같은 많은 것들이 빛처럼 전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모 자식 간은 물론 남편과 아내, 직장의 상사와 부하 사이 등에서도 말투는 제각각이고 천차만별이다. 다정다감한 말이 일상 되어 있는 개인과 가정과 직장이 있는가 하면 투박하고 거친 말들이 예사롭게 오가고 또 그런 말을 거침없이 하는 사람들도 있다.

좋은 말투는 어디를 가든 사람들을 이끄는 매력이 있다. 대화나 협상을 성공으로 이끌 가능성도 그만큼 더 높다. 문제는 나쁜 말투다. 늘 화 난 듯 비꼬듯 불퉁스럽기만 한 말투는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오해를 부르고 자신에게도 결국 상처가 될 뿐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서먹하게 만들고 왜곡하고 결국은 금이 가게 한다. 그런 말투가 가져올 결과나 미래는 안 봐도 뻔하다. 실패나 아쉬움, 우울함과 마음 편치 않은 모든 것들일 수밖에 없다.

E.리스는 “말도 아름다운 꽃처럼 그 색깔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저마다 과연 어떤 말 색깔들을 하고 있는 것인가?

벌과 나비가 꽃과 향기를 찾듯 다정다감하고 친절한 말에는 누구나 귀를 기울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늘 웃음기조차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무표정하고 투박한 말투에는 누구도 귀 기울일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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