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기환 동부본부장
황기환 동부본부장

경주 남산은 경주시민의 자존심이다. 어느 골짜기, 어느 능선을 가든 수많은 문화재가 있다. 남산만 오르면 언제나 신라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는 뜻이다. 수려한 자연은 덤이다. 이로 인해 산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살아 있는 신라인의 숨결을 찾아 수많은 탐방객이 몰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남산에는 무분별하게 조성된 7000여 기의 묘지가 있다. 하물며 탐방로와 문화재 인근에도 1500여 기가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 가치가 인정된 국립공원의 경관을 훼손하는 주요 원인이다. 이처럼 남산이 거대한 공동묘지로 변한 것은 예로부터 영산으로 여겨 왔기 때문이다. 지역민들이 남산을 신라 불교의 성지로 신성시 해 온 것이다. 자연스레 남산이 최고의 명당으로 인식됐다. 앞다퉈 묘를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급기야 보물로 지정된 신라 절터 위에까지 들어서면서, 남산은 서서히 공동묘지로 변해 갔다.

무분별하게 조성된 묘지는 많은 문제점을 낳는다. 경관 훼손은 물론 성묘객들로 인한 산불 발생 위험과 야생동식물의 서식지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 다행히 남산을 관리하는 국립공원사무소가 묘지 이장 사업을 추진해 성과를 내고 있다는 소식이다. 부족한 예산이지만, 지난 10년 동안 묘지 936기를 이장했다. 아직은 전체 묘지 수에 비해 미미한 실적이다. 하지만 남산의 가치를 회복하는 의미 있는 신호임에 틀림 없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묘지 이장에 대해 매우 엄격하다. 묘지를 이장하면 좋은 일보다는 흉한 일이 많이 생긴다는 인식 때문이다. 조상의 산소를 섣불리 못 건드리게 하는 이유다. 하지만 장례 문화도 이제 시대적 흐름에 맞춰야 한다. 천 년의 흔적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민의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 경주 남산은 전체가 명당이다. 명당 박물관의 큰 기운이 모두에게 깃들기를 기대해 본다.

황기환 동부본부장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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