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문화재연구소는 경주 최부자댁 정원(사진)을 비롯해 경상·전라 정원 24곳을 발굴해 문화재 지정·연구 등에 활용할 방침이다.

경주 최부자댁은 대한민국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범사례로 손꼽힌다.

우리나라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논하는 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가문이 경주 최부자 집안이다. 

최부자 집안은 ‘부자가 3대 가기 힘들다’는 옛말이 무색하게도 무려 300년 12대 동안 만석의 재산을 유지했다.

이렇게 장기간 한 집안이 부를 유지한 사례는 전 세계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그러나 최부자 집안이 칭송을 받는 것은 부를 많이 축적했고 그것을 오랫동안 유지했기 때문이 아니라 많은 선행과 독립운동의 후원자 역할을 통해 지도층으로서 모범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최부자댁 정원이 한국 전통정원으로 발굴돼, 민가정원의 문화재 지정·연구 등에 활용된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경주 최부자댁 정원(사진)을 비롯해 경상·전라 정원 24곳을 발굴해 문화재 지정·연구 등에 활용할 방침이라고 22일 밝혔다.

이번에 발굴한 정원은 한국정원 발굴·원형복원과 보존관리 등 활성화를 위해 2019년도 업무협약 체결 후 양 기관이 공동조사를 통해 2년에 걸쳐 찾아낸 곳이다.

발굴한 곳은 경주 최부자댁, 나주 홍기창가옥 등 경상도 권역(2019년)의 대표 정원 12곳과 전라도 권역(2020년)의 정원 12곳이며, 모두 아름다운 한국 민가정원의 특징이 잘 보존된 곳들이다.

이 가운데 국가민속문화재 제27호인 경주 최부자댁 정원은 임진왜란 공신인 최진립(1568~1636) 장군을 중시조로 분파한 경주 최씨 종택이다.

최부자댁의 정원은 사랑채 누마루 앞에 1930~1940년경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석조물이 위치하고 그 뒤로 화단이 조성된 것이 특징이다.

이번 연구는 경상도 지역을 시작으로 남한지역의 주요 민가정원의 문헌과 현장조사, 식재기록과 분석, 소유자 인터뷰 등의 방법으로 현황기록과 변화분석을 진행했다.

그간 문화재 등록 민가(건축)에 관한 연구는 진행되고 있지만, 민가에 딸린 정원 연구는 거의 없는 상태였으며, 정원이 있는 문화재 미등록 민가가 훨씬 많은 점을 고려할 때, 과거와 현재의 정원문화를 반영하고 있는 민가정원 기록의 필요성은 계속 제기돼 왔다.

한편 지난 2018년 경주 최부자댁 곳간에서 발견된 문서는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에 걸쳐 작성된 것으로 최부자댁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잘 드러나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해당 문서에는 구휼 관련 기록과 독립운동을 했던 기록 등이 비교적 상세하게 기술돼 있으며 문서 종류는 간찰, 서책, 엽서 등으로 다양하다. 

황기환 기자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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