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과 대구가 결국 통합신공항철도 건설비 6600억 원을 덤터기 쓰게 생겼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특별법’ 제정이 예상했던 것처럼 국회에서 보기 좋게(?) 퇴짜를 맞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 지역 민의를 대변해야 할 대구·경북(TK) 국회의원들은 전혀 단합된 힘을 보여주지 못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용으로 정부 여당 주도로 가덕도신공항이 추진되는 데 대해 지역 의원들이 힘을 합쳐 민심을 읽고 공동 대응 방안을 내놓아야 했지만 TK출신 의원들은 사분오열 그 자체였다. 심지어 홍준표 의원처럼 지역 민심과 상반되게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동조하기 바쁜 의원이 있는가 하면 대부분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러더니 지난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법안소위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어 ‘가덕도신공항특별법’만 따로 의결하고 나서야 지역 국회의원들이 마지못해 쇼를 하고 있다. 지역민들은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의 무기력함에 할 말을 잃었다. “이렇게 무능한 지역 국회의원들이 왜 필요한가”라며 “이럴거면 배지 떼라”는 격앙된 반응이다.

지역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뒤늦게 ‘통합신공항특별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다. 23일 이철우 도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이 득달같이 국회로 올라가 재차 특별법 통과를 촉구했지만 지역민들은 “이미 특별법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며 허탈해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TK는 인사나 예산 등에서 늘 찬밥신세였기 때문에 지역민들은 기대를 접었다.

사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가덕도신공항보다 앞서 특별법이 제정됐어야 하는 사업이다. 10년여의 우여곡절 끝에 공항 입지가 확정됐고, 가덕도보다 먼저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마련됐다. 그런데도 지역 출신 의원들이 단합된 힘을 보여주지 못해 결국 사업 자체가 뒤처지고, 활주로가 쪼그라들게 생겼다.

정부 여당이 가덕도신공항을 들고 나왔을 때 TK의원 25명 가운데 김상훈(대구 서구)·강대식(대구 동을) 의원 단 2명만 철저한 검증과 합리적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능력도 소양도 부족한 의원들이 낙하산 공천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 역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 지역 출신 국회의원에게 기대하기는 글렀다. 시민 사회단체 등 지역민들이 나서서 지역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웰빙 TK 정치권은 이제 뒷북 정치쇼를 그만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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