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극원 대구대학교 법학부 교수·전 한국헌법학회 회장
정극원 대구대학교 법학부 교수·전 한국헌법학회 회장

이탈리아 로마의 바티칸궁 안에 시스티나 성당(Cappella Sistina)이 있습니다. 식스토 4세의 명을 받은 피렌체 출신의 건축가 바치오 폰텔리의 설계로 1477년에 착공해 1481년에 완공하였습니다. 세계적인 명소 중에 하나입니다, ‘시스티나’라는 이름은 성당을 지은 ‘식스토’ 교황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가로 13m, 세로 40m, 높이 20m인 이 성당은 예루살렘의 솔로몬 신전을 본떠 설계되었는데, 유사시에는 교황과 그 측근들을 보호할 수 있는 일종의 요새의 기능도 겸했다고 합니다. 시스티나 성당은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가 열리는 곳입니다. 투표종이를 태워 흰 연기를 피우면 새로운 교황이 선출된 것이고 검은 연기를 피우면 선출이 안 된 것이라고 합니다. 교황선출 때가 되면 굴뚝 연기를 보려고 세계 각국에서 관광객들이 구름처럼 모여든다고 합니다. 곧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게 되니 머지않아 그 연기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의 건물에 불과한 것도 대가들의 손길을 거치게 되면 꺼지지 않는 생명력을 부여받게 되는 것입니다. 성당이 완공될 시점에 다다르자 메디치(Medici)가문의 후원 아래 성당의 벽은 당대의 대가들이었던 화가 라파엘로의 스승 페루지노를 비롯해 보티첼리, 그리고 미켈란젤로를 잠시 가르쳤던 도미니코 기를란다요 등의 주도 아래 벽화로 수놓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3년이라는 세월 동안 32명의 역대 교황을 그려 넣었고, 예수의 일생과 모세의 일생을 담은 총 12점의 그림을 성당의 벽면에 그려 위대한 생명력을 불어 넣었습니다. 보티첼리는 ‘비너스의 탄생’ 그림으로 잘 알려진 화가입니다. 최근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보티첼리가 1470년에서 1480년 사이에 그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초상화(원형 메달을 든 청년)가 한화로 약 1,031억 원에 낙찰되었다고 합니다. 예술의 생명은 무한한 것이며, 그 값어치 또한 이루 헤아릴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입니다. 그러나 성당은 배수와 관련해 문제가 생기면서 균열이 생기게 되었고 덧칠로도 그 흉측함을 가릴 수 없게 되자, 1508년에 율리오 2세는 미켈란젤로에게 천장의 장식을 새롭게 할 것을 명하였습니다. 미켈란젤로는 거의 혼자의 노력으로 1512년까지 4년에 걸쳐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벽화를 완성하여 오늘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천장벽화는 원래 그의 스승 페루지노의 추천으로 라파엘로가 그리기로 했는데, 당시 조각가로 유명세를 얻고 있는 미켈란젤로를 골탕먹이기 위하여 떠맡긴 것이라고 합니다. 미켈란젤로는 누워서 작업하느라 나중에 고개를 들지도 못하는 고통과 역경 속에서도 총 343명의 인물을 천장에 그려 넣는 인류 최대의 걸작 벽화를 완성한 것입니다. 경이로운 예술품은 가혹한 고통 속에 탄생하는 것인가 봅니다. 미켈란젤로는 그의 나이 87세 때 스케치북에 이태리어로 ‘안코라 임페로’(나는 아직도 배우고 있다)를 써 놓았다고 합니다.

‘논어’의 첫 장에는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 한가’라고 시작합니다. 기원전 공자의 이야기가 시공을 초월하여 중세의 미켈란젤로에게서 되살아난 것입니다. 그 연결성에 소름이 돋아납니다. 배운다고 하여 세상을 다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배움이 있어 인간은 드디어 미완성에서 완성을 향하여 한 걸음씩 나아갈 수가 있는 것입니다. 배움에는 동서고금 남녀노소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생의 끝은 호흡을 멈추는 때가 아니라 배움을 내려놓는 그때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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