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포럼] 정월대보름 마냥 신났던 쥐불놀이
[경북포럼] 정월대보름 마냥 신났던 쥐불놀이
  •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 승인 2021년 02월 25일 15시 18분
  • 지면게재일 2021년 02월 25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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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설은 설레는 마음으로 맞는 날. 1년에 한 번 새로 지은 옷 설빔을 입어볼 수 있는 날. 어머니가 목화로 실을 뽑고 베틀에 올려 베를 짜고, 까만 물을 들여 지어주신 설빔이었다. 새로 산 운동화를 머리맡에 두고 만져보고 또 만져보며 잠을 설쳤던 설. 설 전날 밤에 잠들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고 걱정했던 날. 세배를 하고 차례를 지내고 온 동네 어른들에게 인사를 다녔던 날. 세뱃돈이란 것이 있는 줄을 까맣게 몰랐고, 집집마다 인사 다니는 것이 의무인양 한 집도 빼놓지 않고 다니면서 각종 강정을 대접받는 날. 좋은 꿈을 꾸었느냐는 덕담 질문을 수도 없이 듣는 날이다.

정월대보름은 설을 쇤 후 팽이치기, 연날리기, 마지막 얼음지치기에 여념이 없다가 또 다시 마음 놓고 놀 수 있는 명절이다. 어른들은 농절(農節)이라 했다. 1년 농사가 잘 되기를 기원하며, 다가올 농사철에 힘들게 일할 것을 대비하여 활력을 충전하는 명절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우물에서 정화수를 길어와 가정의 만사형통을 빌고. 오곡밥을 지어 풍년이 들기를 빌고, 풍년이 들어 새들이 곡식에 덤빌 것을 예상하여 “후여 후여!”하고 새 쫓는 흉내를 내기도 한다.

정월보름엔 동네 가가호호를 돌며 지신밟기를 겸한 농악놀이, 달집 만들어 태우기, 달을 보며 소원 빌기 등 많은 놀이가 행해진다. 나는 그 중에서도 지금은 화재 위험으로 금지되고 삼가야 하는 놀이지만 쥐불놀이를 잊을 수 없다. 해마다 첫 쥐날[上子日] 또는 정월대보름날 농촌에서 달집에 불이 붙은 것을 신호로 논밭 두렁 등의 마른 풀에 불을 놓아 모두 태우는 풍습으로, 논두렁 태우기라고도 한다. 이는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쥐를 쫓고, 들판의 마른 풀에 붙어 있는 해충의 알을 비롯한 모든 충(蟲)을 태워 없애기 위한 놀이다. 밭두렁에 불을 붙일 때는 ‘새삼 밭에 불이야!’를 외친다. 새삼은 산과 들의 양지바른 풀밭에서 다른 식물의 가지에 기생하는 황적색 덩굴성 식물이다. 숙주 식물을 감아 돌며, 자라는 줄기에서 수많은 기생뿌리가 나와 숙주식물의 피질에 침투하여 영양분을 빨아먹는다. 특히 콩과식물에 많이 기생하기 때문에 밭두렁에 불을 놓아 씨를 태워 없앤다. 민간신앙으로는 이날 불을 놓으면 모든 잡귀를 쫓고 액을 달아나게 하여 1년 동안 아무 탈 없이 잘 지낼 수 있다고 믿는 주술적 의미도 있었다.

쥐불놀이는 바람구멍이 숭숭 뚫린 깡통에 철사로 길게 끈을 매달아 이용한다. 깡통 안에 오래 탈 수 있는 장작 조각, 솔방울, 마른쇠똥을 채운 다음 불쏘시개를 넣고 허공에다 빙빙 돌린다. 빙빙 돌리면 불꽃이 원을 그리며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다. 그러다가 ‘망월이야!’를 외치며 논두렁, 밭두렁에다가 불을 붙이는 것이다. 불똥이 튀어 옷섶을 태워 먹고 집에서 쫓겨나기도 했지만 정말 신나는 놀이였다. 자우룩한 연기와 함께 불이 사방에서 일어나 온 들판이 장관을 이룬다. 쥐불의 크기에 따라 그해 농사의 풍흉 또는 그 마을의 길흉을 점치는 풍습이 있었다. 그래서 마을마다 서로 다투어 불을 크고 세게 하려고 경쟁을 했다. 밤이 늦어 집에 갈 때도 들판의 불이 타고 있었다. 휘휘 신나게 돌리던 불 깡통, 논둑, 밭둑에 꺼지지 않은 불길이 지금도 새록새록 그리워진다.

정월대보름날 오곡밥에 찰밥, 부스럼과 종기를 막는 부럼 깨기, 대화로 소통하라는 귀밝이술, 더위팔기, 복조리 돌리기 등의 풍습과 꿩 알을 줍는 횡재를 위해 쌈부터 싸 먹던 일. “개 보름 쇠듯 한다”는 속담처럼 개에게 밥을 주지 않은 풍속 등 세시풍속이 많지만 ‘달집에 불 놓기’와 ‘쥐불놀이’는 마냥 즐겁기만 했던 그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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