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깊은 산골짜기 밀림에 깃들면

찰나와 영원이 하나같다

지나간 시간도 다가오는 시간도

함께 어우러져 있는 것만 같다

울창한 나무 그늘에서 흔들리는

나는 조그만 풀잎 하나

꿈꾸다 꿈속에 든 풀잎 하나


<감상> 떠나는 자의 뒷모습은 꼭 풀잎 같았으면 좋겠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 나는 괴로워했다.”는 윤동주 시인의 모습은 아닐지라도 자신을 반성하고 화해를 하고 떠나야 한다. 특히 탐욕과 위선으로 얼룩진 교목(喬木)은 능선에서 홀로 고사되기 직전에 더욱 그러해야 한다. 온통 자화자찬 일색이고, 더 큰 욕망을 위해 몸부림치는 고목(枯木)의 모습은 얼마나 추한가. 함께 어우러진 숲은 현재에서 과거와 미래를 껴안아 발전하고, 찰나와 영원이 하나같이 숨 쉰다. 풀잎 하나 덕택에 나무가 울창해지고, 그늘 덕택에 햇살을 받아들이지 않는가. 혼자 중심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부에서 중심을 먹여 살리기에 공존하는 것이다. 그래서 풀잎 하나가 아름다운 세상을 꿈꿀 수 있고, 욕망과 상처로 얼룩진 내면을 치유할 수 있는 거다. 좋은 꿈을 가지지 못하는 자, 언젠가는 잎새가 마르고 뿌리까지 썩어갈 것이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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