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1일까지

보물 제620호 천마총 출토 유리잔.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국립경주박물관 전시실 입구에는 1500여 년 전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천마총 출토 유리잔(보물 제620호)이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지난해 12월 8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오색영롱, 한국 고대 유리와 신라’ 특별전에는 철기시대에서 통일신라시대에 이르는 유리 제품 1만800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품에는 경주 황남대총 남분 출토 봉황 모양 유리병(국보 제193호)을 비롯한 국보 3건과 보물 8건이 포함돼 있다.

이번 특별전은 신라 사람들이 특별히 아끼고 사랑한 유리를 중심으로 한국 고대 유리의 전반적 흐름을 조명하기 위해 기획됐다. 

특히 이번 전시는 한국 고대 유리를 주제로 한 최초의 대규모 전시로 관람객의 호응이 높다 

이에 국립경주박물관은 당초 3월 1일까지 개최키로 한 특별전 ‘오색영롱, 한국 고대 유리와 신라’를 4월 11일까지 약 한 달간 연장키로 했다.

4500년 전 지중해 지역에서 탄생한 유리는 기원전 1세기 대롱 불기라는 혁신적 기법이 개발되면서 로마 제국에서 널리 사용돼왔다. 

고대 동아시아에서 유리는 서역에서 온 진귀한 보물로 여겨졌으며, 오색을 띠며 빛을 발하는 모습으로 묘사되곤 했다. 주로 장신구에 활용됐고, 서방에 비해 그릇류는 보편화되지 않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신라 능묘에서 출토된 다수의 유리그릇은 매우 놀랍고도 이례적 사례이다. 

이제까지 7개의 능묘에서 제대로 형태를 갖춘 유리그릇으로는 15점이 발견됐는데, 특히 황남대총의 경우 8점에 이른다. 

이들은 세계 다른 지역의 유리기와 비교해보아도 보기 드물게 아름다우며 다채로운 색과 기형을 보여준다. 

이번 특별전은 한반도 중남부 각지에서 출토된 1만4000점 이상의 유리구슬을 맞이하는 순간, 관람객들은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에 압도당하게 된다.

황남대총 출토 유리구슬.국립경주박물관 제공
황남대총 출토 유리구슬.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유리구슬을 하나씩 들여다보고 있으면 당시 육ㆍ해로를 통해 유라시아 동-서를 오갔을 수많은 유리 제품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다양한 생산지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수많은 유리 장신구를 들여와 사용했던 전통은 삼국시대 이후까지 이어졌고,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중층 유리구슬, 상감 유리구슬과 같은 화려함의 극치를 뽐내는 유리 제품이 등장하게 됐다.

사람 얼굴이 새겨진 상감 유리구슬 목걸이(보물 제634호)처럼 익숙한 전시품도 있지만, 일제강점기에 발굴된 이후 근 100년 만에 처음 고운 자태를 드러낸 식리총 출토 상감구슬도 눈여겨봐야 한다.

더불어 출토지가 분명한 유리 용기 22점 중 신라 능묘에서 출토된 유리 용기 13점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게 마련한 코너는 이번 특별전의 백미이다.

이번 연장 전시에는 황남대총 남분 출토 유리잔 대신 신라 고총의 발생을 알려주는 이른 시기 돌무지덧널무덤인 월성로 가-13호 무덤에서 출토된 유리잔으로 교체 전시할 예정이다.

 

황기환 기자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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