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3월 임시국회 발의 예정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
국회 요청으로 대검찰청이 검찰 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설치 법안에 대한 내부 의견을 수렴하기 시작한 가운데 법조계는 물론 일선 검사들까지 실효성과 의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앞서 대검은 지난달 25일 일선 검찰청에 공문을 내려보내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수사청 설립에 대해 오는 3일까지 의견을 모아줄 것을 요청했으며, 현재 정책기획과 등을 중심으로 법리 검토를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1일 문재인 정부 1기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을 맡았던 김종민 변호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폐지하고 중수청을 설립하려면 경찰수사에 대한 실효적인 검사의 수사지휘 및 사법통제 장치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며 중수청 설립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또 프랑스의 사법경찰 통제장치 사례를 언급하며 “민주당에서는 판사에 대한 영장심사를 받는 것이 사법통제라고 주장하지만 경찰수사에 대한 사법통제가 무엇인지 모르는 터무니 없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찰 국가수사본부와 관할·기능이 100% 겹치는 중수청을 만들어서 무얼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문재인 정권의 촛불정신은 검찰을 무력화할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을 해도 된다는 것이었나?”라고 지적했다.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사건을 조사했던 박준영 변호사 역시 이날 SNS에 ‘누구를 위한 수사청인가’ 라는 제목을 글을 통해 여권이 중수청 설립을 추진하는 배경에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적개심과 한(恨), 잘못을 감추기 위한 의도로 진행되는 사법개혁에 반대한다”며 “지금은 수사청 신설을 밀어붙일 게 아니라 검경 수사권 조정 법률의 실무상 혼란을 줄이는 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앞서 검찰 내부에선 “여당은 ‘국민의 인권보호를 위해 검찰이 기소권만 행사해야 한다’는 피상적 논리를 앞세워 새로운 수사 기구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해할 수 없다”(박철환 대구지검 안동지청장), “주요 각국에서 수사와 기소가 분리된 나라는 없다. 정확하지 않은 사실에 기초해 (국회에서)국가 형사사법제도 개정을 성급히 결정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는 등의 비판과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처럼 여권에서 추진하는 검찰 수사권 폐지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 법안과 관련해 법조계와 검찰 일각에서 반발기류가 확산되는 가운데 윤석열 검찰총장이 어떤 방식을 ‘불가 입장’을 표명할지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이 직을 걸고 중수청 설립을 막을 경우 4월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검찰 내부에서는 윤 총장이 직을 걸고 중수청 설치를 막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헌법이 보장한 검찰의 수사권을 폐지하자는 여당의 주장에 상당수 검사들이 “수혜는 결국 범죄자들이 볼 수밖에 없다”는 점에 공감하는 상황에서 오는 7월 임기가 만료되는 윤 총장으로서는 거취를 걸고 입장표명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법조계 출신 정치권 한 관계자는 “중수청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사실상 윤 총장이 마지막 검찰총장이 되는 상황에서 지금 거취 표명을 하나 법사위에서 통과된 후에 하나 별반 차이가 없어 윤 총장이 직을 걸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중수청 설치로 인한 검찰 수사권 폐지는 현 정권의 각종 불·탈법 의혹들을 무마할 안전보장 성격의 ‘보험’ 역할이 크다”며 “윤 총장이 또다시 정권에 맞서는 상황이 벌어지면 4월 재보궐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잠시 주춤했던 지지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사퇴 시기가 3월 말 또는 4월 초로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21명이 발의한 ‘중수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에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에도 검찰이 수사개시를 하는 부패범죄·경제범죄·공직자범죄·선거범죄·방위사업범죄·대형참사 등 6대 범죄를 신설 조직인 중수청으로 이관하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 검찰개혁특위는 이 같은 내용의 검찰 개혁 법안을 3월 임시국회에서 발의해 상반기 내 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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