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조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
안성조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

작년 우리나라의 출생아 수는 272,400명을 기록한 반면 사망자 수는 305,100명으로 32,700명이 자연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자료를 작성한 이래 매년 인구가 증가하여 왔으나, 최초로 자연감소 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합계출산율이 0.84명을 기록했으니 이러한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저출산이다. 이렇게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적어지는 현상을 데드크로스(dead cross)라고 한다. 데드크로스는 주식시장에서 유래했는데 주가나 거래량의 단기 이동평균선이 장기 이동평균선보다 하향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출생아와 사망자 수의 추이가 교차하는 현상을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저출산 해소를 위해 중앙정부와 각 지자체는 매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전반적인 정책들을 살펴보면 출산장려, 돌봄강화, 청년지원, 인구전입 유도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와 함께 일-가정 양립, 성평등문화 확산, 공교육 강화 등도 저출산 해소를 위한 간접적인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저출산 해소는 요원해 보인다. 기존 사회체계의 한계 속에서 대책을 고민하다 보니 나오는 정책들도 근본문제를 다루기보다는 현금을 지급하거나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들 위주다. 지금쯤이면 소위 말하는 ‘정해진 미래’에 대비하여 도전적이고 장기적인 상상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다문화사회에 대한 검토이다. 프랑스, 스웨덴, 독일 등 유럽국가는 일찍이 저출산을 겪었다. 아동수당, 돌봄강화 등을 통해 출산율 반응을 이루었으나, 이와 함께 이민정책 역시 출산율 회복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다양한 국가에서 유입된 이민자들의 출산율이 기존 내국인에 비해 높았고 국가 전체적인 출산율 반응을 이루어 냈다. 이들이 때로는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기도 하지만 장기적 시야로 본다면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외국인 근로자와 결혼이주여성을 중심으로 다문화사회를 형성해 왔다. 이제 투자이민, 전문기술이민 등을 통해 이민의 통로를 다양화하고 이들이 우리사회의 건전한 일원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제도적·문화적 여건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둘째, 육아휴직과 재택근무 강화이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에서 근로시간이 가장 긴 국가이다. 장시간 일터에 매여 있다 보니 (예비)부모에게는 육아가 큰 문제이다. 우리는 이미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일의 방식이 다양해질 수 있음을 체감했다. 원격근무, 비대면근무, 시간유연적 근무 등 근로환경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고, 직업 역시 다양화·세분화되고 있는 만큼 근로방식의 다양화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 아울러, 육아휴직 역시 보편화 할 필요가 있다. 육아휴직의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해 제도와 인식을 강화하고 육아휴직 방식 역시 다양화하여 이용자가 유연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행정구역 개편이다. 그간 급속한 도시화 등으로 국토공간구조는 많이 변해 왔다. 지방자치제 시행, 도농통합시 도입, 일부 지역 행정구역 조정이 있었으나, 지방행정체계의 근간은 큰 변화가 없었다. 이에 따라 일부의 경우 규모 불경제, 기초지자체 간 불균형, 주민생활권과 행정구역의 이격 등이 노정되고 있다. 따라서 주민생활과 밀접한 기초지자체의 행정구역 조정에 대한 장기적 검토가 있어야 한다. 이 경우, 대구경북 행정통합, 선거구 문제(총선), 지방선거 등과 연계하여 고려되어야 한다.

저출산이 우리사회의 유일한 문제가 아니므로 저출산을 해소하기 위해 전체 시스템을 바꾸자면 자칫 교각살우·주객전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의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보다 근원적이고 통합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제도권의 한계에서 벗어난 논의들이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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