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우 (사)국가디자인연구소 이사장
허성우 (사)국가디자인연구소 이사장

바이든 정부의 시작은 남·북 모두에게 득(得)이 될 수도 있고 독(毒)이 될 수도 있다. 바이든 정부는 기본적으로 미·중간의 대립 강화를 통해 동맹우선주의와 다자주의를 표방하고 있기에 북한 문제 해결 방식은 만만디로 서두를 게 없어 보인다. 미·중 갈등의 골이 깊으면 깊을수록 북한의 입지는 계륵(鷄肋)으로 전락되면서 중국의 지원은 점점 최소화될 것이고,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역시 활동범위가 최소화될 수밖에 없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제8기 2차 전원회의에서 경제 실패를 자인하면서 경제발전 5개년 계획 달성을 독려한 것을 보면 북한이 먹고 살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해 인민들이 동요하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을 것이고, 자립갱생에도 분명 한계에 부딪친 것 같다. 그렇다고 문재인 정부가 현시점에서 북한 퍼주기를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대북제재 위반이라는 레드카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북한의 살길은 없는 것일까? 아니다. 간단하게 말해 북한 제재문제는 북한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우선 대외적으로 제재를 최소화할 방법부터 찾으면 된다.

그 방법 중 하나는 비핵화의 선제 조건인 2003년도 탈퇴한 NPT(핵무기전파방지조약) 재가입이다. 북한은 NPT 재가입을 통해 바이든 정부와의 관계개선을 위한 명분을 갖고 동시에 북한 경제에 도움이 될 제재 해제를 위한 협상력을 높이면 된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역할은 북한이 NPT 재가입 이후에 구체적인 비핵화 시나리오를 중재하는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세 번 춤(2018년 싱가폴 미북정상회담, 2019 베트남하노이 미북정상회담, 2019 판문점 미북정상회담)을 추었고, 문재인 대통령과는 세 번 줄타기(4·27 평화의집 남북정상회담, 5·26 통일각 남북정상회담,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를 했다. 그러나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 쇼에 말려 출연료를 챙기지 못했고,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마저도 기대 이하였다. 결국 남·북·미 모두는 만나서 밥 먹고 사진 찍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비핵화와 관련한 구체적 실행 방안 없이는 어떤 만남도 무익하다는 것을 반면교사로 삼으면 된다.

최근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문제가 되고 있다.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시작되면 북한은 한미연합 군사훈련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군을 동원해야 한다. 하지만 과연 북한의 군사 대응훈련이 경제적인 문제로 가능할까? 지금 북한은 총들 힘이 있나? 그래서인지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남국 의원과 윤미향 의원 등 범여권 국회의원 35명이 이번 달 진행 예정인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연기해달라고 촉구했다. 한미연합 군사훈련 없으면 주한미군이 왜 필요할까? 우려스러운 것은 민주당의 다음 수순은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지는 것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가 남북문제 방정식을 풀기 위한 방법은 북한의 심기를 살피는 것보다 한·미 간의 불신을 회복시키는 일이다. 한·미 간의 신뢰회복 없이는 문재인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월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오는 3월로 예정된 한미연합 군사훈련 관련 질문에 “필요하면 남북 군사위원회를 통해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라고 발언을 하자 이에 대해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의 한미군사 연합훈련과 관련한 북한 협의 발언에 대한 질문에 “나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들은 바가 없어서 구체적인 코멘트를 하고 싶지 않다”고 한·미 간 엇박자를 냈다.

바이든 정부 출범 첫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앞두고 한·미 간의 불신이 지속되면 바이든 정부의 대외정책은 크게 수정 될 가능성이 높다. 우려스러운 것은 그동안 미국의 대외정책은 한국을 중심축으로 동북아 정책을 추진해왔지만 동북아시아에서 안보 핵심축을 일본으로 대전환을 도모하는 것이다. 특히 바이든 정부는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한미동맹을 저해하는 북한 퍼주기, 눈치보기식 대북정책을 트럼프 정부를 통해 지켜 보아왔다. 그래서 바이든 정부는 대북정책을 서두르지 않고 매우 정교하게 준비한 후 실행에 옮길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 헤게모니를 일본 손에 넘기는 것도 고려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남은 1년 동안 최우선 과제는 한미동맹 강화 및 신뢰회복을 통해 북한과 중국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 어정쩡한 한미동맹의 흉내만 내는 외교적 전략은 금물이다. 한반도 평화의 이해 당사자인 대한민국이 제3 국가에게 한반도 비핵화 헤게모니를 뺏긴다면 국민 자존심을 뛰어넘어 국민주권 손상으로 전락될 수도 있고, 한반도 리스크는 크게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일회성 정치 이벤트방식(김정은 국무위원장 답방)에서 벗어나 주변 우방국들로부터 한반도 평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우리의 입장과 믿음을 알리고 넓고 두텁게 이해를 구하는 것이 대북 정책을 푸는 최고의 방정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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