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극원 대구대학교 법학부 교수·전 한국헌법학회 회장
정극원 대구대학교 법학부 교수·전 한국헌법학회 회장

고개를 숙입니다. 숙이면 더 자세히 볼 수가 있습니다. 세상은 보이는 것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다 마음먹기에 달려 있습니다. 마음을 먹기에 따라 희로애락이 정하여 집니다. 깊은 수렁에 빠져서 위를 올려다보면 한 줄기의 희미한 빛만 내려와도 희망이 생깁니다. 절망에 지쳐 스르륵 체념하다가도 비춤이 있다면 견디어내는 것이 수월합니다. 마음은 그렇게 사소한 것에도 동기를 만듭니다. 누군가에게라도 마음을 전하는 것은 값진 것입니다. 행여 머뭇거리다가 마음 전하는 것을 놓치면 더는 망설이지 말고 늦게라도 전하면 되는 것입니다. 마음을 전하는 데에는 늦은 때는 없는 것입니다.

하얀 점이 되어 지상으로 내리는 눈입니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자주 눈이 내렸습니다. 삶이란 그렇게 무수히 내리면서 사라지는 눈과 같습니다. 사라지기 전에 더 많이 베풀어야 하는 것입니다. 생의 그 짧음의 시간에 타인을 더 많이 배려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국가와 사회와 이웃을 이롭게 하는 선행이 됩니다. 선행이 더 많이 통하는 세상이기를 기원한다는 것은 세상의 악행이 그보다 더 많이 줄어들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합니다. 선행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것이 참된 선행일 때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편과 저편의 대차대조표를 작성한다면 선행은 작아 보이고 악행은 더 크게 드러나게 되는 것입니다. 얕은 사람은 꼼수를 생각합니다. 꼼수는 실은 세상에 통하지 않음에도 그들에게는 그것이 통한다고 믿는 것입니다. 너그럽게 모른 채 해주는 것을 외면하는 것입니다. 약은 사람은 자신의 이익추구에만 몰두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되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다른 누군가가 성실한 노력으로 얻어내는 것에도 시샘과 질투로 흠집을 내려 합니다. 긍정의 사회를 저해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의 의지를 꺾어 퇴행하는 사회를 만들게 합니다. 서로 신뢰하면서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세상을 혼란스럽게 합니다. 발전하고 전진하여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국가와 사회를 퇴행시키게 합니다.

선행은 외로울 때가 많습니다. 악한 것이 만연한 세상에서는 그렇습니다. 세상을 밝히는 선행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됩니다. 어려운 누군가를 대신하여 선행을 행한다면 사회가 그만큼이나 밝아지는 것입니다. 억울함을 당한 누군가의 하소연을 바로잡아 준다면 이로 인하여 아량의 크기는 늘어나는 것입니다. 삶이란 역경이라 하여도, 곤경이라 하여도, 힘이 든다 하여도 서로가 선한 마음으로 응원하고 함께 뭉치면 극복하기가 쉬운 것입니다. 넘어지면 어떠랴. 의연하게 일어서면 되는 것을, 흙투성이면 어떠랴. 툭툭 털고 가든 길을 가면 되는 것을, 누군가와 함께라면 그러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함께’를 생각합니다. 자칫 ‘가둠’이 되기도 합니다. 함께하되 가두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생각을 가두면 자신밖에 없게 되는 것입니다. 마음을 가두면 타인에게 문을 열 수가 없게 됩니다. 어울려 가야 멋진 것입니다. 토닥여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추위로 세상이 꽁꽁 결빙되었다 하여 모든 생명이 다 숨죽이는 것이 아니듯, 세찬 바람이 불고 폭우가 내린다 하여 가야 하는 길의 걸음을 멈추지 않듯 선한 행함을 하는 그 누군가가 있다면 박수를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선행은 유일하게 인간만이 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행은 그 순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고 종내에는 대업을 이루게 하는 기폭제가 되는 것입니다. 선행을 쌓는 집안에는 반드시 경사가 찾아오는 것입니다.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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