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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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부(開封府)에 누군가 찾아와 북을 치며 억울함을 호소하면 포증이 수사를 시작한다. 사건이 점점 커지면서 범인의 수괴는 대부분 지위가 높은, 지금의 공수처 수사대상들로 드러난다. 이들은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증거인멸은 보통이고, 장부를 조작하고, 일가를 몰살하는 등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 이들의 범행은 만천하에 드러난다. 마지막 발악으로 온갖 빽을 동원해 포증을 압박하지만 “개작두를 대령하라”는 명이 떨어진다. 그렇게 해서 결국 범인은 작두에 목이 달아난다.

중국 송나라 때 포증이라는 정직하고 청렴한 판관이 형사 사건을 조사하고 죄인을 심판하는 역사 드라마 ‘판관 포청천’(判官 包靑天)의 일반적인 스토리 전개다. 타이완 ‘중화방송공사’가 1993년 위탁 제작한 이 드라마는 중화권뿐 아니라 90년대 중반 한국 공영방송을 통해서도 방영돼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 포청천이 한국 사법 개혁에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거무스름한 얼굴빛을 한 판관 포청천이다. 그는 덩치가 큰 데다 이마에 커다란 초승달 모양의 인상적인 흉터까지 있어서 보통 사람이 범접하지 못할 위엄이 있었다. 그는 성별이나 신분차별 없이 고관이건 천민이건 중죄를 지으면 무조건 작두형을 내렸다. 마지막에 포청천이 “개작두를 대령하라”고 우렁차게 외칠 때는 시청자들의 속이 다 후련해졌다.

3일 대구를 찾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여권이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발탈)에 대해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 맞받았다. 검수완박이 이뤄지면 윤석열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월성원전 사건’, ‘채널A 사건’은 물론 ‘울산시장 선거 개입’, ‘김경수-드루킹 사건’ 등의 결말이 어떻게 날지 의문이다. 이날 윤 총장이 방문한 대구고검·지검 정문 앞에는 환영 인파와 화환이 줄을 이었다. 이 가운데 ‘윤석열 포청천’이라는 리본을 단 화환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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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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