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상식 무너지는것 볼수 없다"…임기 142일 남겨두고 중도 하차
검찰 조남관 직무대행 체제 전환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앞서 윤 총장은 이날 오후 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 입법 추진에 반대하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윤 총장은 지난 2019년 7월 25일 제43대 검찰총장으로 취임했으며 임기를 142일 남겨두고 중도 하차를 선언했다.

한때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지휘하며 여권으로부터 ‘영웅’ 대접도 받았지만, 지난 2019년 8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과 그 일가에 대한 수사 등 ‘살아있는 권력’으로 칼끝을 돌리면서 지금까지도 정부·여당과 극심한 대립각을 세워왔다.

이날 윤 총장의 사퇴로 대검찰청은 조남관 대검 차장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됐다. 청와대는 검찰총장 후임 인선에 본격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법무부에 사표가 접수됐고 행정 절차가 뒤 따를 것”이라며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관련 절차를 밟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농단 수사 등 적폐 청산에 앞장선 공로로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검찰총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는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1988년 이후 고검장을 거치지 않고 총장으로 직행한 첫 사례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전임 문무일 총장보다 연수원 기수로 5년이나 낮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살아있는 권력에도 엄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윤 총장은 남은 적폐 청산과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현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을 조율하고 이끌어야 하는 과제도 떠안았다.

하지만 윤 총장은 취임 이후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면서 임기의 상당 부분을 여권과의 갈등 속에 지내야 했다.

특히, 조국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전격 기소하면서 광화문 ‘조국 사퇴’ 집회를 촉발 시키면서 여권으로부터 사퇴압력을 받아왔다.

또, 조 전 장관 후임으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윤 총장과 정부와의 갈등은 극단으로 치달았으며, 지난해 11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집행 정지 사태가 벌어졌고, 윤 총장은 정직 2개월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법원이 정직 처분을 중단하라며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줬고, 갈등 끝에 추 전 장관은 사의를 표명하고 올 초 자리에서 물러났다.

윤 총장은 추 장관과의 갈등 속에서 야권의 대선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했고, 지난해 11월에는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에는 여권을 중심으로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를 위한 입법 강행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지난 3일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 이라고 작심 비판했고, 이날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전격 사퇴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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