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섭 경북도립대학교 명예교수·한국지방자치연구소장
이상섭 경북도립대학교 명예교수·한국지방자치연구소장

소위 경제규모(2020)가 세계 12위인 나라에서 아직도 ‘자치’니 ‘분권’을 말한다는 자체가 매우 남세스러운 일이다. 선진국에서는 진정으로 주민을 위해 자치제도가 도입되었건만, 우리는 불행하게도 정권연장에 제도가 악용되었기에 출발부터 달라서다.

이러한 태생적인 환경 속에서도 지방의회가 부활한 지 어느덧 30년, 민선자치도 26년이나 흘렀다. 척박한 토양에서 성인은 되었건만 아직도 주민 없는 나 홀로 자치니 무늬만 자치라는 소리가 도처에서 들리는 게 현실이다.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지방자치법(17893호)이 개정되어 지난달 12일, 국무회의를 통과 공포되었다. 늦은 감은 있으나 천만대행이고 1988년 이후 32년 만에 전면손질이 이루어진 셈이다.

이에 전국의 단체장과 의회의장 등을 중심으로 「자치분권 2.0시대」의 개막을 자축하고 다짐하는 ‘챌 린지 동참’이 한창이다. 이 각오들이 진정한 지방분권으로 주민이 주인이 되는 지방정부가 완성되고, 국가균형발전을 통한 향후 지치분권 3.0시대가 열리는데 기여하길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개정법에는 주민주권의 구현이 먼저다. 제1조 목적에 주민의 참여규정이 추가되었으며, 제한적이던 주민의 권리가 확대(제17조)되어 정책 결정과 집행에도 참여케 되었으며, 단체장에게 부여된 조례안의 제정과 개·폐 청구에 주민조례 발안제(제19조)가 더해졌으며, 청구권 기준연령(제21조)도 19세→18세에 청구인원도 하향 조정되었다.

논란이 되어온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책임성도 확보되었다. 제주도에만 인정되어온 정책지원 전문 인력의 도입(제41조)이 가능해졌으며, 단체장 권한이던 의회직원의 임용권을 의장(제103조)에 부여함과 주민에 대한 정보공개 확대(제26조)등이 그 예다.

자치입법권의 독소조항도 아쉽지만 일부 개정되었다. 법령에서 조례(제28조)로 정하도록 위임한 사항에 대해 하위 법령으로 위임내용과 범위를 제한 못 하게 하였고, 사무배분의 원칙과 준수의무가 부과(제11조)되었으며, 국가·지방간 협력의무 신설(제164조)이나 중앙지방협력위원회의 도입(제186조)도 중앙과 지방간의 새로운 협력관계의 청신호다.

지방정부형태(제28조)의 다양화도 쾌거다. 지금의 기관대립형(단체장-지방의회)에서 기관통합형 등 다양한 지방정부의 구성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우리처럼 지역별로 특정정당의 쏠림 현상이 심한 나라에서 지방행정의 능률성 제고를 위해 필자가 줄기차기 주장해왔기 더하다.

이외에도 특례시 및 자치단체 특례부여, 단체장 인수위원회 제도화, 자치단체 간 경계조정 절차 신설, 특별지방자치단체설치와 운영의 규정마련, 자치경찰제의 도입 등이며, 비로소 강시장-약의회에서 ‘견제와 균형’이 복원된 점과 주민주권론을 통한 자치제도의 완성 기틀 마련이 큰 의미다.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정착이 문제다. 대부분 선진국들은 제도가 환경을 선도하지만, 오랜 중앙집권국가였던 우리는 자칫 환경이 제도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허다해서다. 주민의 솔선참여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올바른 마인드가 먼저라야 가능하다.

기우(杞憂)이겠지만 ‘지방에 돈(교부금)까지 주는데 권한마저 넘겨서는 안 된다’는 중앙정부의 태도,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재정은 무시한 채 집권정당의 포플리즘에 편승하여 지방 곳간을 결딴내는 단체장, 한통속인 의회, 강 건너 불구경하듯 내몰라 하는 주민이 있다면 자치제의 정착은 공염불이고 요원하다. 이의 해결과 미흡한 부분의 추가 입법 등 관련법령의 발 빠른 후속조치가 선결해야 할 과제다. 자치분권 2.0시대! 앞날에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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